골프는 멘탈이다. 작은 것 하나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 골프이기도 하다.
재미동포 나상욱(29ㆍ타이틀리스트)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에서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렸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인 '탱크' 최경주(42ㆍSK텔레콤)에 이어 2년 연속 한국(계) 우승자를 기대했다.
하지만 늑장 플레이를 한다는 비난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최종 라운드에서 플레이는 빨라졌지만 스코어는 형편이 없었다. 나상욱의 대회 최종 성적은 공동 7위였다.
나상욱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오버파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7위까지 밀려났다. 1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간신히 톱10에 입상했다. 대회 우승은 2타를 줄여 13언더파 275타를 친 매트 쿠차(미국)에게 돌아갔다. PGA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 171만 달러를 받았다.
나상욱은 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비난의 대상이 됐다. 동료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늑장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느림보'로 유명한 잭 존슨(미국)도 3라운드에서 나상욱과 동반 플레이를 펼치는 도중 짜증을 부렸고, 경기위원은 타임워치를 들고 나타나 그의 플레이를 체크하기까지 했다.
언론도 나상욱의 슬로 플레이를 압박했다. 지난해 닉 오헌(호주), 벤 크레인(미국),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과 함께 PGA 투어에서 가장 느긋한 골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나상욱에 대해 "연습 스윙 후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두 차례나 더 연습 스윙을 했다. 스코어는 가장 적었지만 왜글(스윙을 하기 전 클럽을 잡은 손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은 500차례나 했다"고 비꼬았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상욱은 "동료선수와 언론, 팬들까지 나를 싫어하는 것을 잘 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늑장 플레이의 공론화로 평정심을 잃은 나상욱은 대회 마지막날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를 6개나 쏟아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트 등 모든 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재미동포 존 허(22)는 공동 23위(4언더파 284타), 위창수(40ㆍ테일러메이드)와 강성훈(25ㆍ신한금융)은 공동 25위(3언더파 285타)에 자리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공동 40위(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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