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장구 아냐 무키무키 구장구장 제발 좀 대신 들어줘요 무거워서 내가 미친다."('무키무키만만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이고)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어머니)."('투쟁과 다이어트')
어쿠스틱 기타와 장구 소리를 뚫고 나오는 장난스러운 가사와 굿을 하는 듯한 괴성. 신인 여성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음악은 한마디로 희한하다. 노래라기보다는 전위적인 퍼포먼스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인 스물넷 동갑내기 무키(미술원 조형예술과)와 만수(음악원 음악학과)가 지난해 결성한 무키무키만만수는 기묘한 전위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오가는 음악으로 공식 데뷔 전부터 인디 음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신 나간 애들 같다" "무섭다" "개그보다 웃기다" "틀을 깨는 새로운 음악이다" 등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무키무키만만수는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풋풋한 청춘들이었다. 갓 발매된 자신들의 앨범에 대한 극과 극의 반응에 신기해 했다. 기타를 치는 만수는 "앨범이 나온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했고, 장구를 개조해 만든 '구장구장'을 연주하는 무키는 "앨범에 대한 반응을 보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아마추어리즘의 테두리 속에 펑크, 포크, 무속음악이 공존하는 이들의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첫 공연이었던 '쓰레빠음악회'에서의 독특한 퍼포먼스가 온라인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부터다. "친구들이 하는 음악회에 참여할 밴드를 섭외하다가 라인업이 부족해 직접 하게 된 거예요. 혼자 하려니 부끄러워서 무키에게 장단을 맞추라고 한 게 밴드의 출발이 됐죠. 이틀 연습하고 두 곡을 만들어서 공연했는데 그게 일파만파 퍼져 여기까지 왔어요."(만수)
한예종 2학년 때 교내 신문사 기자로 처음 만난 이들은 "신문사를 그만두고 술 마시며 '뒷담화'를 하다 친해졌다"고 했다. 산울림, 어어부 프로젝트, 김정미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둘을 더욱 가깝게 했다. 정치적 지향도 비슷해 희망버스, 강정마을 등 각종 집회 콘서트 무대를 누볐다.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에 날카로운 방귀를 뿌리겠다"며 '칼방귀'라는 음악 잡지 창간에 참여하기도 했다.
데뷔 앨범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으로 채웠다. '7번 유형'은 무키가 "쾌락주의자에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7번 유형이라서 에니어그램 테스트 결과지를 줄 수 없다는 교내 심리상담사의 말에 분개해 쓴 곡"이고, 앨범에서 가장 정상적인 곡 '2008년 석관동'은 만수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썼다.
무키는 "앨범까지 내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다"고 했다. 다음 앨범이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이들의 포부는 당차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분열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무키) "저는 엄청나게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연극음악이나 영화음악을 포함해서요."(만수)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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