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서 13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영유권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했다. 중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친선을 강조해온 양국관계가 미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이 갈등 구도로 돌아선 것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도지사가 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센카쿠 일대 섬을 매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원 총리는 노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를 문제 삼아 "(일본이) 중국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14일부터 도쿄에서 열리는 재외 위구르 조직인 세계위구르회의(WUC) 대표대회와 관련, 일본 정부가 레비야 카디르 의장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내정간섭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노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원 총리가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음에도 의외의 일격을 당해 놀랐다는 후문이다. 물론 노다 총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노다 총리는 센카쿠가 일본 영토라는 사실을 강조한 뒤 "센카쿠를 포함한 해양에서 중국의 활동이 늘어나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중일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노다 총리는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문제를 염두에 둔 듯 "국제적인 기본 가치 또는 보편적 가치를 이해하고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국장급 차원의 중일 인권대화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원 총리는 이 발언이 불쾌한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양국 정상의 설전 이후 일본이 14일 갖자고 요청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노다 총리의 정상회담을 거부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원 총리의 강경 발언은 지난해 9월 출범한 보수 성향의 노다 정권이 최근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대한 불만이라고 전했다. 내년 권력이양을 앞두고 영토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편이 정치적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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