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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공장 탓인가… 농촌 마을 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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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공장 탓인가… 농촌 마을 암 공포

입력
2012.05.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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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의 한적한 한 농촌마을에 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마을 한켠에 들어선 인쇄공장과 맞닿은 세 가구에서 2년 새 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2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공장 발생 유독물질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장 측은 "수십년간 공장에서 일한 직원들도 모두 건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암 공포에 떨고 있는 평택 오성면 A마을을 찾은 10일 마을 어귀에는 '살인마 D기업은 물러가라', '주민들 모두 죽일 셈이냐' 등 격한 표현의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의 진원지는 D기업 소유 공장이었다.

식품 포장지 인쇄를 하는 D기업 공장이 22가구가 거주하는 한적한 이 농촌마을에 들어온 것은 2001년 4월.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두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공장의 생산물량이 늘어 악취와 분진이 심해지면서부터다.

D기업 공장 인접 거주자인 김모(32)씨는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분진으로 가족들 모두 두통과 호흡 곤란을 겪는 등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겪었다"면서 "집에서 키우는 감나무 등이 모두 말라 죽을 정도였는데 사람이라고 멀쩡하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급기야 2010~2011년 D기업 공장과 인접한 4개 가구 중 3개 가구에서 4명의 암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췌장암에 걸린 김모(65)씨와 위암에 걸린 또 다른 김모(74)씨는 올해 2월과 3월 숨졌고 간암에 걸린 홍모(50)씨와 림프종에 걸린 김모(77)씨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D공장과 담장을 맞대고 있거나 인접한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김씨는 "D기업이 발암물질인 톨루엔 등이 함유된 유독성 약품을 수년간 무단 방치ㆍ사용하면서 주민들에게 잇따라 암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D기업측은 주민들의 암 발생이 잇따른 것은 우연일 뿐 공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D기업 대표는 "나도 이 업종에서 40여년간 일해왔고 직원들도 길게는 20여년간 일해왔는데 암에 걸려도 직원들이나 내가 더 걸려야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주민들의 암 발병은 우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D기업이 집진시설 등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평택시가 이를 적발하지 않은 수박 겉핥기식 현장점검에 대해 A마을 주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주민들이 2008년부터 수차례 악취와 분진 피해를 호소했지만 시는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암 환자가 발생한 후인 지난해에야 D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은 D기업에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A마을 주민들은 경기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잇따른 암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역학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평택=글·사진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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