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종의 야생화 중 학생들이 단 한 가지 꽃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대성공입니다."
50년간 전국 각지에서 촬영한 야생화 사진 8만점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한 원로 사진작가 문순화(79)씨의 바람은 소박했다.
그가 기증한 사진에는 금강산과 백두산에서 찍은 금강인가목, 산진달래, 고산봄맞이 등 희귀 식물을 비롯해 자생식물 2,800여종의 개화ㆍ결실 과정이 단계별로 기록돼있다.
1963년 산 전문 사진작가로 일을 시작한 문씨는 산에 다니다 만나는 꽃들이 예뻐 한 두 컷씩 렌즈에 담았다. 하지만 당시 낙후된 카메라 기술과 큰 풍경을 주로 찍는 그의 카메라로는 작은 꽃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70년대 이후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고, 자생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도 커져 본격적으로 야생화 사진을 찍었다. 84년엔 한 증권사의 제안으로 국내 최초로 12장이 모두 야생화 사진으로만 채워진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이 달력이 인기를 얻으면서 금융기관에 야생화 달력이 유행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며 자생식물 전문가 수준이 된 문씨는 15년 전부터 환경부와 멸종위기 식물의 자생지를 조사하면서 국립생물자원관에 자료가 너무 부족한 것을 알고 기증을 결심했다. 1장당 이미지 사용료를 5만원으로 계산해도 40억원에 이르는 사진을 무료로 기증한 그는 두 가지 단서를 달았다. 반드시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외부에 빌려줄 때도 돈은 받지 말라는 것. 문씨는 "내가 찍지 못한 자생식물 자료를 가진 분들이 많이 기증해 학생들을 위한 교육 자료이자 자생식물 연구자료가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