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사진) 회장이 이끄는 STX그룹이 유동성 어려움 타개를 위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팔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조5,000억대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TX그룹은 13일 ▦STX OSV ▦ 국내 비상장 계열사 지분 ▦ 해외자원개발 지분 ▦경제성 없는 선박 등을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무 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자구계획의 핵심은 STX OSV 매각. 해양플랜트 지원선 건조업체로, STX그룹은 유럽 계열사인 STX유럽을 통해 이 회사 지분 50.75%를 갖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회사다.
STX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 동안 미국 유럽 싱가포르 업체들과 STX OSV 매각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협의가 사실상 끝나 금주 중에는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금은 약 1조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 조선사인 핀칸티에리에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중공업(STX중공업) 등 핵심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STX는 현 시세라면 이를 통해 8,000억~9,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각국에 보유한 자원개발 지분도 팔고,. 해운사인 STX팬오션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 가운데 경제성이 없는 배들도 대거 처분할 계획이다. STX에너지는 상장을 추진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금확보를 위해선 알짜기업도 과감히 매각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STX그룹은 ㈜STX(옛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10년 사이 대형 M&A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해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STX그룹의 사업구조는 조선(STX조선해양)과 해운(STX팬오션)이 양대 축인데 둘 다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STX도 이 같은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현 SK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최근 시중엔 STX그룹이 유동성 악화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다는 설이 퍼져 있는 상황. STX가 알짜 자산 매각안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소문의 확산을 차단키 위한 것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현재 주거래은행과 그룹 차원의 자구책은 물론 단기 및 중장기 재무구조 안정화 계획에 대해서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면서 "어디까지나 선제적으로 자구계획을 만든 것이며 항간에 나도는 채권단 관리설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STX측은 만기도래하는 채무상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총 차입급 10조원 중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는 1조2,000억원 정도인데 이미 70%(8,700억원)를 상환했거나 상환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동성 공포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려면 조선과 해운 시황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유동성 압박은 계속 따라다닐 공산이 크다. 그룹 관계자는 "업황 불황에 따른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거래은행과의 원활한 합의를 바탕으로 선제적 재무안정화를 실현하고 사업부문별 경영실적 확대에 주력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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