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현 상황은 혼란 그 자체다. 중앙위원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데 이어 당권파가 공개적으로 현 대표단을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현 지도부가 주도한 전자투표 결과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당권파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이중 권력'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13일 통합진보당에선 하극상이 벌어졌다.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 의장단이 당 전자회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대해 임명직 사무처 당직자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가 중앙위 속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하자,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은 "사무총국에 공식적인 통보나 협조 요청이 없는 전직 대표의 사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공동대표단이 오후 8시부터 중앙위 안건을 놓고 전자투표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장 총장은 반발했다. 장 총장은 "당의 공인된 전자인증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조건에서 실효성과 정당성이 없다"면서 "이 행위에 가담한 당직자들에게는 당규에 따라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이에 대해 중앙위 부의장인 유시민 공동대표는 "사무총장이 실무진을 지휘하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지도체제를 부정하는 건 당원들을 모욕하는 행위로 당기위원회 회부감"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전날 장 총장이 사무총국의 중앙위 지원 업무를 부총장에게 일임했던 것을 거론하며 "정회된 중앙위를 속개하는 만큼 장 총장은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위 안건 처리에 대한 당권파의 주장을 두고 거짓말 논란도 벌어졌다. 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자는 기자들에게 "10일 전국운영위 직후 각 정파의 실무진 회의에서 비대위 구성과 당원 총투표 실시에 합의했는데 이튿날 대표단 회의에서 뒤집어졌다"며 중앙위 파행의 책임을 비당권파에 돌렸다. 하지만 비당권파 당직자들은 하나같이 "실무진 회의에서 당권파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당분간 이중 권력 상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당권파는 중앙위 전자투표를 통해 강기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출범시켜 대대적인 당 혁신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당권파는 이를 거부한 채 15일 김선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한 뒤 자신들이 주요 당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해 현상 유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두 개의 지도부가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분당(分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분당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 모두 당을 떠날 경우 6명이나 되는 비례대표 당선자 몫과 국고보조금 등에서 상대에게 실리만 안겨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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