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주변의 무력을 증강시키는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최신예 전투기 같은 자체 무력을 현지 주변 해역에 배치시키는 것은 물론, 주변 국가에 첨단 무기를 판매해 군사적으로 이란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미 국방부가 가장 가능성 있는 우발적 충돌로 이란과의 전쟁을 꼽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국방부가 상정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은 ▦이란이 미국이나 페르시아만에서 국제 선박을 공격하거나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2가지 경우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 같은 충돌이 실제 일어나면 3주 내에 공군력과 해군력만으로 이란의 재래식 무력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작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미 상당한 자체 무력을 이란 주변에 배치한 상태다. 지난달 바레인에 모항이 있는 제5함대에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이어 엔터프라이즈호가 추가로 파견됐다. 미국이 페르시아만 해역에 항모 2척을 동시에 배치한 것은 이란과의 충돌에 대비하면서 원유 해상 수송선 안전을 확보해 유가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페르시아만을 놓고 이란과 마주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미군 기지에는 세계 최강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가 이미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했지만 F-22 작전 반경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핵 개발 의혹 시설들이 포함된다. 미군은 이란이 기뢰로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에 대비, 기뢰 탐지선과 작전을 위한 헬리콥터들을 현지에 증강배치하고 있다.
이란 주변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미 하원은 10일 미사일방어 내용이 담긴 '2012년 미국-이스라엘안보협력증진법안'을 찬성 411, 반대 2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11일에는 미 국무부가 이란과 인접한 바레인에 내렸던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바레인에 F-16을 업그레이드 해주고 해안감시선과 공군방어시스템을 위한 통신장비 및 헬리콥터 등을 판매키로 했다. 국무부가 "미국 안보 이해관계를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혀 사실상 바레인의 민주화보다 미국의 안보가 우선임을 인정했다. 미 정부는 지난 주 아들 졸업식 참석을 위해 비공식 방미한 바레인 황태자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를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나서 예우한 뒤 무기금수 해제 선물까지 주었다. 이란 핵 문제로 주변국의 몸값이 덩달아 올라가는 모습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