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15년, 국회의원으로 12년, 그리고 금융공기업 이사장으로 3년10개월. 안택수(69ㆍ사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거쳐온 길이다. 금융공기업에 몸을 담은 지 4년이 다 돼 가지만,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안택수'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안 이사장은 지난 10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 것보다 신보 사장 4년이 더 보람이 있었고 만족스럽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 그가 2008년 7월 신보 이사장으로 내정되자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자자했다. 그 해 4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그에게 신보 이사장 자리는 정부가 주는 '선물'쯤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취임 후 몇 개월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이런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신보는 금융권 중소기업대출 순증분(21조1,000억원) 중 41.7%(8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금융지원이 위축되면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며 안 이사장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는 "은행들은 뒷짐만 지고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했다"며 "신보를 비롯한 보증기관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금융위기를 벗어난 국가로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물론 이 기간이 안 이사장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 업무량은 전년에 비해 2배가 늘었어요. 매일 밤 11시가 넘도록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증원에 반대했고,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라고 해서 직원 임금도 5%를 깎았어요. 직원들 일은 늘어나는데 마땅한 보상을 못해주는 CEO의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는 본인을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에게 지금도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보증제도 개선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9년 7월 안 이사장은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증한도를 산출했던 것을 기업의 '미래성장성'까지 심사에 도입, 34년만에 처음으로 보증제도를 손질했다. 또 지난해에는 기업이 유리한 조건의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대출장터'와 중소기업의 매출채권에 보험도 들어주고 대출까지 해주는 '일석e조보험'도 도입했다. 올해도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기업주치의(Firm Doctor) 제도를 신설하는 등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섰다.
그는 지난 1년간 우리사회를 휘저어 놓은 저축은행과 관련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안 이사장은 2002년 국회 재정경제위 위원일 당시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변경되는 안에 반대했던 인물. 그는 "하루 아침에 이름이 바뀌니 서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이자 한푼 더 받으려고 돈을 맡긴 것 아니겠느냐. 다시 상호신용금고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두 달쯤 뒤면 안 이사장의 두 번째 임기(1년)가 끝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신보 이사장으로서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여한 없이 일했다"며 "숨차게 살아왔으니 한동안 좀 쉬고 싶다"고 했다. '한동안'에 방점이 찍혀있는 듯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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