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서 20억달러(2조 2,940억원)의 손실을 낸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를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은행의 공격적인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관계 당국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JP모건 투자 손실과 관련한 사전 조사를 이미 개시했다고 12일 보도했다. SEC는 10일 투자 손실을 밝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발언의 진위 여부, JP모건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SA) 역시 JP모건의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이번 투자의 담당자가 런던에서 활동하는 파생상품 거래 담당자 브루노 익실이기 때문이다. '런던 고래'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익실은 JP모건 전체 자산의 15%에 해당하는 3,5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해 왔는데 공격적 투자로 2010년 JP모건에 50억달러의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JP모건의 투자가 적법했느냐와 별개로 JP모건 측이 투자손실 공개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미 지난달 초 익실의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경영진 역시 이 점을 인식했지만 지난달 13일 JP모건의 실적 발표 때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의 충격도 쉽사리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JP모건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추고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추가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11일 뉴욕증시에서 JP모건 주가는 9% 이상 폭락했고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주도 3~4%대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JP모건이 은행의 위험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룰 규제를 완화하려고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NYT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대형 금융기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정당성을 얻고 있다.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주도한 바니 프랭크 하원의원은 "JP모건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어디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볼커룰은 은행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월가의 로비로 시행 시기가 올해 7월에서 2014년 7월로 연기됐다. 볼커룰에 반대한 대표적 월가 인사가 바로 다이먼 JP모건 CEO였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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