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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기대 짓밟아버린 진보정당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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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기대 짓밟아버린 진보정당의 추태

입력
2012.05.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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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에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 끝에 아무런 성과 없이 무기한 정회에 들어갔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당내 일부 세력을 짓눌러온 비민주적 관행을 털어낼 중요한 기회를 끝내 잃어버림으로써 통합진보당의 거듭나기는 더욱 요원해졌다.

처음에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중앙위원회는 밤 9시40분께 사회를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가 강령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하면서 곧바로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심 대표의 선언과 동시에 당권파 중앙위원 몇 명이 연단으로 뛰어들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당원 수십 명이 참관인석에서 뛰어나와 연단을 점거, 대표단을 행해 무차별 욕설과 폭력을 퍼부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임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난 직후였다.

대표단이 서둘러 몸을 피하면서 회의는 자동 중단됐고, 당원들이 회의진행 자체를 막으려는 듯 회의장으로 통하는 길과 의장석 출입구를 막았다. 다른 쪽 출입구로 회의장에 들어와 연단에 선 심 대표가 급히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 순간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 등이 연단으로 몰려들며 또 한차례 난장판을 빚었다.

이날 사태가 당권파 일각이 주장처럼 ‘유도된 폭력’인지, 비당권파 일부의 지적처럼 ‘기획된 폭력’인지를 가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회의 전부터 무성했던 난장판 우려를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 전체로는 결코 우연한 사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임의로 부여해 ‘목적 정당성’만 갖추면 어떤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할 수 있다는 도착적 오만을 거듭 확인시켰다는 점만 두드러진다.

이를 두고 진보세력 내부에서 “진보는 죽었다”는 한숨과 탄식이 나오는 마당이니 일반 국민의 눈길이야 말할 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외부에서 동원할 필요도 없이 국회 제3당의 당원들이 스스로 ‘용팔이’가 되어 정치폭력에 나선 사태에 눈을 감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표적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한 줌의 무리가 200만 유권자의 뜻을 짓밟았다”고 한탄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실히 하는 당 쇄신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세력의 토대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국민 기대도 꾸준한 사회현실에 비추어 극히 당연한 지적이자 주문이다. 경제정의와 사회민주화 요구가 이어지는 한 진보세력은 정치적 소멸보다 자정을 통한 부활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민주주의에서 목적 못지않은 수단과 절차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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