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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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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의 실패

입력
2012.05.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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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후유증이 수그러지면서 저축은행 사태가 또 다시 한 고비를 넘겼다. 당국은 그간의 학습효과로 대규모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하지 않았음에 한 숨 돌리는 모습이다. 작년과 금년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업계 선두주자를 포함해 20개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됐다. 그러나 사태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듯 싶다.

이번의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부실한 금융감독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예금자 및 후순위채권자들 피해가 전보다 작아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나, 불법대출과 편법증자에서 정계로비까지, 그리고 모 저축은행 회장의 중국밀항 시도와 고객 돈 들고 도주하는 은행간부에 이르기까지 기상천외한 수법에 할 말을 잃는다. 명색이 금융기관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동안 감독당국은 무엇을 한 것인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감독기구가 금융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포획되어 독립성이 통째로 사라졌으며 금융소비자 보호는 길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지난 1년여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약 12년 전 발생했던 진승현ㆍ정현준 게이트와 내용 면에서 다르지 않고, 감독부실이 드러난 점도 같다. 2000년 하반기 동방신용금고와 대신신용금고가 대주주 정현준에게, 열린신용금고가 대주주 진승현에게 각각 불법대출한 것을 금감원이 적발, 검찰에 고발해 관련 신용금고들이 영업정지 됐는데, 그 과정에서 금감원의 장래찬 국장이 자살했다. 이 사건 직후 국무회의에서 금융감독조직 개편을 위해 TF를 구성, 개편대안을 마련했고 공청회를 거쳐 위원회에 회부했으나 결국 정부 의지가 약화되면서 감독조직개편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 사태의 진행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작년 5월 초 저축은행 사태 발생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해 금감원 임직원들을 질책했으며, 그후 TF가 꾸려져 약 3개월 동안 감독업무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던 TF의 기세가 꺾이는가 싶더니 이제껏 무슨 개혁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알기 어렵다. 한편 감독조치 유예로 생명이 연장된 저축은행에 감독당국을 믿고 예금을 가입한 선의의 국민들만 다시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제 저축은행 사태가 일단락 된 시점에서 몇 가지 이슈에 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정부는 저축은행 처리를 위한 재원조달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정부의 금융정책, 감독정책 그리고 감독의 집행 모두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감독실패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는 있으나 그 배경에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실패가 컸음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 처리를 위한 재원조달에서 공적자금 투입이 순리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향후 유사한 문제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약속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둘째, 향후 저축은행권 비즈니스 모델 찾기가 시급하다. 이러한 논의는 대선 일정과 무관하게 빠를수록 좋다. 저축은행권 사정이 정치권 일정을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으며, 향후 정권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저축은행 명칭에서 은행을 삭제하는 방안은 단지 핑계 찾기에 불과한 하책으로 보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안이 필요한데,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소매고객 정보와 신용대출 노하우를 살리고 저축은행의 조달과 운용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안한 업무영역 조정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작년 이 대통령의 금감원 질타 및 금융감독혁신 TF 설립 취지를 살려 금융감독체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혁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관련해서 영국 미국 등 금융 선진국들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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