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주복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가 ‘재능 기부 멘토’라고 추천한 윤혜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번엔 ‘과학 외교관’이라며 우남칠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지난해만 세 차례 전화를 받았다. 그때마다 우남칠(52)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몽골에서 온 학생들에게 강의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강의 주제는 수질 분석법. 지하수에 녹아 있는 중금속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한 번 시작한 강의는 보통 5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나도 배워야 한다”면서 몽골 학생들과 함께 끝까지 수업을 들었다.
우 교수가 ‘과학 외교’ 활동을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연세대를 방문한 몽골과학기술대 부총장 등이 몽골의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며 학생들을 가르쳐줄 수 있냐고 우 교수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지하수 오염 조사와 평가다. 우 교수는 이웃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보람찰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수락했고, 같은 해 몽골 학생 2명을 연구실에 받았다. 사실 그 둘은 자국에서 석사만 마친 몽골과학기술대 교수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생으로 2008년 유학 왔다.
그는 1년에 서너 번 몽골을 갈 때마다 몽골 학생들을 꼭 챙겨서 같이 간다. 내년 2월 박사학위를 받고 몽골과학기술대 교수로 복직했을 때 몽골 현장 상황을 모르면 제대로 된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몽골과학기술대 학부생과 상담해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의 교수와 연결시켜준 것도 여러 번이다. 현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에는 우 교수 연구실에 있는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몽골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현재 몽골은 환경 오염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자원개발에만 신경 써온 탓이다. 환경 오염 측정ㆍ평가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지만 몽골 최고의 대학인 몽골과학기술대에도 관련 전공은 개설돼 있지 않다.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다. 우 교수는 자기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이 돌아가면, 그 둘을 시작으로 몽골에서도 해당 학문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내게 담담히 말한 적이 있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에서 박사를 한 이들이 몽골 사회에서 친한파 리더로 활동하면 자원 빈국인 한국이 몽골과 공동 자원 개발에 나서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이 과학자의 존재 이유라 여기는 학생들에게 우 교수가 새로운 과학자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실험실에만 있는 골방 속의 과학자가 아니라 남과 함께, 더불어 살고자 하는 그런 과학자 말이다.
정리=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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