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희망의 운동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희망의 운동화

입력
2012.05.13 12:07
0 0

후에똥 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불과 90㎞ 떨어진 곳인데도 버스로 꼬박 3시간을 가야 했다.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된 황톳길은 왜 그리도 좁고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한지. 운동화 한 켤레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요란스럽게 교육체육부, 국제협력부 간부에 유네스코 라오스위원회 사무총장까지 기꺼이 동행에 나서고 마을 이장과 주민들까지 달려오고. 아이들은 뭐가 그리 반가운 손님들이라고 뙤약볕 아래서 수줍은 얼굴로 전통춤까지 추는지.

■ 그러나 감사의 표정과 몸짓들은 진정이었다. 눈을 마주치면 하나같이 웃음을 먼저 선물하고, 운동화를 받아들고서는 앙증맞고 얌전하게'놉(Nop·작고 가냘픈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기도하는 라오스 전통인사)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운동화 한 켤레는 희망이고 기쁨이었다.'희망의 운동화 나눔'의 현장인 라오스에서 만난 아이들은 한결 같았다. 그들을 보면서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도 감사를 모르는 우리가 새삼 부끄러웠다.

■ 아이들은 알지도 못한다. 운동화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연을 가진 운동화인지, 왜 자신들에게 나눠 주는지. 5학년 여자아이 ??12)은 이 산골까지 찾아온 사람이 반갑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운동화를 신고 내일부터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어서 좋을 뿐이다. 때에 절은 옷에 창고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후에똥 초등학생 150명, 아니 라오스 아이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서울시와 하이원리조트의 '희망의 운동화 나눔'은 가치가 있다.

■ 운동화를 얻자고 멀쩡한 고무신 구멍 내고, 동생과 운동화를 번갈아 신으며 학교 다니고, 상품으로 걸린 운동화 한 켤레를 위해 죽기살기로 달렸던 일이 40년 전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5년 전 이란 영화 의 소년 알리의 이야기로 끝난 것도 아니다. 라오스 아이들에게는'현재'다. 차인표가 그랬던가. 직접 만나 그 아이들의 맑은 눈빛을 봐야 한다고. 왜 도와야 하는지, 그들로부터 얼마나 더 소중한 선물을 받게 되는지 알게 된다고.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