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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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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

입력
2012.05.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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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2일) 서울 동작구의 초등학교에서는 청년유니온의 운동회가 열렸다. 청년유니온은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청년세대(15~39세) 구직자와 아르바이트생을 대변해 만든 노조. 서울시지부격인 서울청년유니온은 지난 3월 15일 서울시에 합법노조로 등록도 됐다.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 설립된 후 네 차례나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를 했지만 구직자와 실업자가 조합원에 있다는 이유로 매번 반려됐다. 청년유니온은 반려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 2월에 행정법원으로부터 '구직자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청년유니온의 지역지부 10개 가운데 대전 인천 광주 청주(충북)도 곧 노조설립 신고를 할 참이다. 청년유니온의 2대 위원장인 한지혜(28)씨를 만나 구직자와 아르바이트생은 어떻게 자기 권리를 찾을 것인가를 들어봤다. 한 위원장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대학시절부터 온갖 알바를 거쳐 가장 청년유니온다운 인물. 최저임금이나 노조활동의 전문적 내용은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활기와 열의가 넘치는 그를 만났다.

_어떻게 청년유니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 밑에 연년생으로 쌍둥이 남동생이 있는데다가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생일 때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마을버스 운전을 할 때라 제가 대학갈 정도로 넉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을 가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안정적 직장을 잡을 수 있다 싶어서 제가 무리를 해서 4년제를 갔던 거에요. 엄마가 입학금 포함 한번은 내줬는데 그 다음부터는 제가 내야 했어요. 1년 동안 휴학을 하고 알바를 했는데 200만원 정도밖에 못 벌었어요. 결국 또 엄마한테 100만원을 얻어서 복학을 했어요. 이렇게 가다간 8년이나 10년에 졸업할 거 같아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사이에 한번 휴학을 더했더니 대학교 3학년부터 한 달에 62만원씩 원리금 상환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알바로 나섰지요. 제가 풍물패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그때 선배들이 얘가 졸업도 안 했는데 갑자기 없어져서 알아봤더니 일만 하고 사람도 못 만나고 집에 갔다가 또 일만 하고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청년유니온이 2009년부터 준비모임을 했는데 바로 저 같은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바로 그 문제의 당사자로 선배들이 저를 소개해줬어요. 그래서 청년유니온 준비모임부터 참여하게 됐습니다."

_그래서 도움이 되던가요?

"제 밑에 동생들은 아예 대학을 안가고 군대 다녀온 다음에 큰동생은 백화점 애플 매장에서 정규직 판매사원으로 일하고 있고 막내는 미용실에서 기술 배워서 이제 헤어디자이너가 됐어요. 얘도 헤어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고생 많이 했지만 저같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학자금 갚는다고 놀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고 일하고 집에 가는 '히키코모리'(방구들귀신) 생활만 했기 때문에, 거기다가 다달이 대출금을 못 받으면 독촉전화가 걸려오는데, 그 전화를 받고 나면 제가 굉장히 한심한 인간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괜히 내가 4년제를 고집해서 빚만 지고 빚 때문에 직장은 직장대로 못 구하고 동생들은 대학은 못 나와도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데 모든 게 나 때문이다, 자책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청년유니온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알게 되면서 내 탓을 안 하게 되었지요."

_구조적인 문제라면.

"사회구조상 1,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혼자 떠맡아야 하는 거나 학자금 대출도 정부보증 대출인데도 6~7%나 되는 고금리이고 일단 빚을 갚으려면 아무 일이나 해야 하니까 좋은 일자리를 찾을 시간이 없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지요."

_그래서 어떤 일들을 해봤어요?

"제일 처음 한 것은 학교에서 대표전화 오면 담당전화 연결해주는 알바. 제가 손이 좀 예뻐서 네일아트 손톱 대주는 일도 하고 파리바게트 판매사원, 물류센터에서 박스 나르는 일도 8개월쯤 했어요. 어, 물류센터에 여자들 많아요. 어머니들이 특히 많지요. 전철역에서 카드 소개하는 알바, 영화관 알바도 하고. 업종으로만 따지면 8, 9개쯤 될까요?."

_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전부 계약직, 파견직. 한신대 공대를 다녔는데 알바가 끝나면 바로 일을 구해햐 해요.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돈을 못 벌기 때문에 그만큼 원리금 상환이 늦춰지면 이자도 붙고 그러잖아요. 독촉전화도 많이 오고요. 그거에 노이로제가 걸려서 당장 일할 자리를 구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스펙 쌓을 기회도 없고 알바를 전전하는 거지요. 파리바게트에 있을 때는 야근도 하고 행사도 있어서 수입이 괜찮았어요. 그 일을 1년 조금 넘게 한 덕분에 실업급여 받으면서 이력을 쌓아서 중소기업에라도 다녀보려고 이력서를 세 군데 정도 넣었는데 연락이 안오더라구요."

_청년유니온, 정확히 뭐에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청년노동조합이에요. 구직자나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알바생이면 보호받을 수 있는 데가 따로 없잖아요. 이 청년들을 보호하는 일을 해요. 처음에는 이 청년들의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었어요. 사회에서는 20대가 이기적이다, 자기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지만 실제로는 일을 하려고 해도 일조차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려주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려고 만들었어요."

_정규직은 가입할 수 없나요?

"15세부터 39세까지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만15살이면 법적으로 알바가 가능해요. 미성년자들이 알바를 많이 하고 있어요. 조합원은 600명이 좀 안돼요. 그 중 절반이 이번에 합법노조가 된 서울청년유니온 소속이에요. 다음에 청년유니온카페가 있는데 온라인회원은 6,000명 되고 연령제한이 없는 후원회원이 280~290명 돼요. 조합비가 3,000원인데 구직자가 많으니까 3,000원을 내는 조합원이 많아요. 조합원이 내는 돈이랑 후원회원이 내는 돈이 비슷하다고 사무국장이 그래요.(웃음)"

_2010년 출범한 후 많은 일을 해왔지요?

"1기의 업적이 크지요. 창립하고 처음으로 편의점 실태조사를 했거든요. 전국적으로 500군데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알바생이 시급을 얼마 받는지 근무시간은 어떤지 조사했어요. 당시 60% 이상이, 수도권을 제외하면 80% 이상이 최저임금을 안 지키고 있었어요. 전라도 같은 데는 최저임금의 절반으로 일하는 곳도 있었고요. 이걸 발표해서 언론에 회자가 되자 고용노동부에서 모니터링 사업을 시행했어요. 편의점 피씨방 주유소 업종이 가장 최저임금을 안 지키고 2,800군데 정도가 최저임금을 안 지킨다는 발표를 9월엔가 했어요. 2011년에는 30분 배달제를 없애고 주휴수당을 찾아줬어요. 저희도 배달업이 위험하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청년들이 그렇게 많이 종사하는지 몰랐거든요. 한겨레신문에 2010년 말에 기사가 났는데 휴학을 하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던 대학생이 피자업체의 30분 배달제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질주를 하다가 알바 마지막 날에, 등록금 모아서 복학을 앞두고 있는데 사고로 사망했어요. 너무 안타까워서 '30분 배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작년 초에 기자회견도 하고 이슈화를 시켰지요. 처음에는 청년유니온이 유명한 것도 아니니까 업체에서 꿈쩍도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서 해시태그(hashtag, 트위터에 주제어 달기)로 'no 30서비스'를 달아서 30분 배달제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리트윗을 요청했어요. 5,000건 정도를 주고 받았는데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빠른 피자보다 안전한 피자를 먹고 싶어요'. 그런 활동을 2주 동안 벌이니까 업체에서도 압박을 느꼈던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 유급휴일을 주도록 되어 있어요. 휴일을 안 주면 돈으로 주게 되어 있어요. 알바생도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를 받을 수 있는 건데 지키는 데가 별로 없어요. 저희가 근로기준법 세미나를 했는데 카페베네에서 일하던 조합원이 '15시간 이상 일하는데 주휴수당은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요. 알아보니까 거의 다 못 받고 있어요. 작년 하반기에 이 문제를 터뜨렸더니 카페베네에서 금방 요청이 와서 밀린 주휴수당 지급하겠다는 서명을 했어요. 그런데 카페베네는 가맹점이 많아서 직영점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5,000만원 정도 주휴수당을 지급했지요. 커피빈은 전국적으로 다 직영점이라 미지급된 5억원 정도를 알바생들에게 지급을 했어요. 당시 스타벅스는 이걸 알고 그랬는지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안 시키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국내 업체들도 이걸 따라가는 식이 되어서 안 좋았지요."

_2기에서는 뭘 주로 하려고 합니까?

"일단 서울청년유니온이 합법노조가 됐으니까 단체교섭권을 공식요청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서울시와 함께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교섭에 주력하려고 해요. 서울시에 고용된 당사자는 아마 없지만 적어도 서울시내 사업장은 최저임금을 이 정도로 한다는 것으로 현재의 최저임금을 생활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올리는 예시안을 제시해보려고요. 그리고 정규직의 문제도 다루려고 해요. 정규직은 다 좋은 줄 알았더니 영세한 곳이 많아요. 사원이 많아야 다섯명 여섯명 되는 IT 업종은 노조가 없는 곳도 많고 포괄임금제라고, 연봉계약을 하잖아요. 이 포괄임금제가 문제가 뭬틸? 연봉안에 모든 수당들이 다 들어있는 거에요. 그런데 알고 보면 이 포괄임금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노동을 하는데도 그걸 전혀 못 받고 있어요. IT노조와 함께 실태조사를 해서 바로잡으려고요."

_외국에도 구직자 알바생 노조가 있습니까?

"저희가 벤치마킹한 곳이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이에요. 구직자가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저희한테 가르쳐 준 곳이지요. 이곳은 10년쯤 됐는데 현재 활동은 저희와는 달라요. 조합원이 오면 회사와 교섭을 해주는 일을 주로 해요. 우리는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교섭만 해주다 말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보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활동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개별적으로는 상담을 하거나 노무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쪽으로 가지요."

_청년유니온의 모토는 한마디로 구직자도 노동자다?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다 구직자라고 부르는데 그들에게도 근로자로 권리가 당연히 있지요. 그런데 저희 슬로건은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쳐라'예요. 결국 해결은 자기가 하는 거니까 당사자가 이야기를 해야 문제가 뭔지도 알고 문제를 알아야 풀기도 하는 거니까요."

_청년유니온 나이대가 아닌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4050유니언 준비모임이 생겼다던데요."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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