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로만 여겨졌던 익룡의 이족보행(二足步行)설을 뒷받침하는 발자국 화석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또한 이 화석들에는 이제껏 보고된 익룡 발자국 화석 중 가장 큰 것이 포함돼 있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률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팀은 "경남 사천시와 남해군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에서 익룡이 발바닥을 딛고 선 채 두 발로 걸어 다녔음을 보여주는 뒷발자국 화석 60여점을 확인했으며, 이 중에는 길이가 39㎝인 발자국도 있었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중 가장 긴 것은 35㎝다.
연구진은 익룡 뒷발자국의 특징인 4개의 발가락 자국만 있는 점, 뾰족한 뒤꿈치 등을 근거로 이 발자국을 익룡의 것으로 판단했다.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로 익룡이 살던 시기(2억2,000만~6,500만년 전)와 일치한다. 연구진은 이 뒷발자국 화석을 '해남이크누스 가인엔시스'라 이름 붙였다.
익룡의 보행 방식은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현재는 사족보행(四足步行)설이 거의 정설처럼 여겨진다. 전 세계 50여곳에서 관찰된 모든 익룡 발자국 화석에서 앞발과 뒷발자국이 함께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국내에선 뒷발자국 화석만 있고, 앞발자국이나 뒷발자국에 의해 앞발자국이 지워진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두 발로 걸었던 익룡도 살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흔화석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호에 소개됐다.
청주=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