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시 경찰이 신고자의 동의 없이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4일 공포되면서 오남용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축적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위치정보로 긴급상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경찰에 위치정보 조회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14일 공포돼 6개월 후인 11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구조자가 112 신고를 할 경우 본인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119와 해양경찰청만 신고자 위치 추적이 가능했다. 또 위험에 처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통화나 문자 등으로 구조를 요청할 경우 구조받을 사람의 의사를 경찰이 확인하면 위치정보 확인이 허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통과됐다.
하지만 경찰이 위치정보 조회에 대해 법원의 사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개정안에서 빠져 사법통제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획득한 위치정보의 관리ㆍ폐기 규정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법이 시행되면 한 해 6만건 이상의 개인 위치정보를 경찰이 축적할 수 있게 된다"며 "구조기관인 소방서와 달리 수사기관인 경찰은 획득한 정보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도 있는데, 통제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제조사가 삼성, LG인 국산 스마트폰의 경우 GPS 위치추적 기능을 통해 신고자 위치를 수십m 범위 내로 좁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통신사가 SKT일 경우에만 가능하고,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나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이용자의 경우에는 적용이 안된다.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20% 정도에만 해당되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은 112 신고 없이는 임의로 개인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없고 조회 사실도 특별한 위험 사유가 없는 한 당사자에게 즉시 통보하며, 위치정보 조회 내역도 6개월 단위로 국회에 보고한다"며 오남용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악용 가능성이 있는 제3자 요청에 의한 위치정보 조회, 위치정보 자료 관리 방법도 인권침해 요소가 없도록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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