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결혼한 김영희(31)씨는 모든 혼수 가구를 인터넷 홈쇼핑에서 마련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홈쇼핑이어서 믿음이 간데다, 유명 브랜드 가구를 시중가보다 20% 이상 싼 값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옷장 문이 뒤틀려 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구입한 가구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유명 인터넷 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팔면서 전혀 관계 없는 ‘이노센트’ ‘레이디’ ‘파로마’ ‘우아미’ 등의 브랜드를 내건 것이다. 이들 업체는 제조사 표기란에 가구를 제작한 중소기업 대신 유명 브랜드 업체를 버젓이 적어 소비자들을 속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가구를 판매하면서 제조사를 허위 표시한 GS홈쇼핑, 우리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닷컴, 신세계, 인터파크 등 9개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업체 당 500만원씩 총 4,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이들 9개 업체는 시정명령을 부과 받은 사실을 쇼핑몰 초기화면의 6분의 1 크기로 4, 5일간 게시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르면 특정 회사와 계약을 통해 상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 제조사는 반드시 따로 표시해야 한다. A/S는 상표권자가 아니라 실제 제조사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상표권자는 상표 사용의 대가로 소비자 판매가의 7% 또는 매달 990만원을 받는 게 보통이다. 곽세붕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최근 3년간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판매한 가구가 70억원어치를 넘을 정도로 제조사 허위 표시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상품정보제공 고시 시행에 따라 8월부터 소비자들의 온라인 상품 구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체, A/S 책임주체 등에 대한 정보들을 인터넷 쇼핑몰 상품구매 화면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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