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55ㆍ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제주도의 카지노를 중국 밀항 시도 직전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비뚤어진 투자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몰락한 데는 불법대출과 횡령 등 대주주의 개인비리가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카지노와 골프장, 리조트 등 겉모습만 화려한 사업에 눈이 팔려 과잉 내지는 불법 투자한 것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2008년부터 지인 3명의 명의로 제주도 하얏트 호텔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불법으로 소유했다. 저축은행 대주주인 자신 명의로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라 대리인을 내세운 것이다. 김 회장의 카지노 사랑은 해외로까지 뻗었다. 그는 3년 전 필리핀 수빅의 카지노호텔 건설사업에 200억여원을 투자했다가 거액을 날리기도 했다.
김 회장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일저축은행 대주주였던 은인표씨도 제주시 R호텔 카지노를 차명으로 보유하다 적발됐으며, 부산저축은행 역시 거액을 투자한 서귀포시 B카지노에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친형을 감사로 취업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 카지노들은 대부분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수익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만을 상대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데도 저축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카지노를 소유하려고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업성만을 따진다면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해외로 돈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카지노가 활용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무리수는 골프장과 리조트 등 레저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김 회장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아름다운골프장&리조트에 15개 이상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해 1,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골프장은 골프 인기를 등에 업고 개업했지만 계속된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도 일본에 18홀 규모의 고급 골프장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은 필리핀 세부의 리조트건설 사업에 2,000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명품업체와 고급음식점에도 저축은행의 돈이 흘러 들어갔다. 김 회장은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해산물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대출해주는가 하면, 국내 한 명품 가방업체에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차명대출로 수백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회장들은 단기간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사교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사행성 사업이나 레저 사업 등에 투자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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