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5ㆍ15 전당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처럼 국민들과 당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대표∙최고위원 경선은 처음"이란 얘기들이 나온다. 흥행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4일 후보 등록 이후 실시된 4차례의 TV토론회는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으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당했다. 한 당권 주자가 "TV토론회 도중 방청석에서 졸고 있는 패널들을 보니 힘이 쭉 빠지더라"고 토로할 정도다.
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각 지역을 도는 지방순회 연설회를 없앤 대신 현장 민심의 소리를 듣겠다면서 1박2일 간의 '쓴소리 듣기 투어'를 새로 도입했다. 9명의 전대 후보들이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농민과 소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 등으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역시 경선 흥행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실제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투어가 시작된 이날 오전 전대 후보들은 수원 영통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한 것을 두고 "겨우 몇 마디 듣고 사진이나 찍으러 왔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또 이날 오후 대구의 청소년 종합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1시간 여 만에 쓴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다.
전대가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4ㆍ11 총선을 통해 당선자의 70% 이상이 친박 성향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과거와 달리 치열한 후보 경쟁 구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대에 나선 9명의 당권 주자 중 7명이 친박계 또는 친박 성향 인사다. 5명의 새 지도부 전원이 친박계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또 후보들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눈치를 보면서 출마 선언을 미루다가 후보 등록을 앞두고 전대에 뛰어들어 지도부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스타 후보들이 적은 것도 흥행 부진의 요인이다.
경선 무대에 대한 관심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경쟁 없이 친박계 일색의 지도부가 꾸려질 경우 당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비주류 측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당내 지형 속에서 새 지도부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친박계의 일방 독주를 막고 비주류 측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새 지도부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망각한 채 '주류의 대변자' 역할만 하려 한다면 대선 과정에서 민심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신정훈 정치부 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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