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찰에 盧 차명계좌 밝히겠다"더니… 증거 못 내놔… 처벌 거론 조현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찰에 盧 차명계좌 밝히겠다"더니… 증거 못 내놔… 처벌 거론 조현오

입력
2012.05.11 17:36
0 0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유족들에게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발언이 허위사실로 결론 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청장 발언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가 그 동안 보여온 경솔한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해 "권양숙 여사의 여비서 계좌에서 10억원 정도의 수표가 발견됐다는 경찰 내부 보고를 근거로 차명계좌 관련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 청장은 계좌 명의자와 번호 등 구체적 근거는 밝히지 못했으며, 오히려 검찰에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 검찰은 과거 수사 당시 권 여사의 여비서 계좌에서 10만원권 수표 20장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을 뿐, 이 계좌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판단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당시 수사팀의 전언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31일 경찰 교육생들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리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습니까. 거액의 차명계좌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그 해 8월18일 조 전 청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조 전 청장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우선 당시 서울경찰청장 신분으로는 알기 힘든 검찰 수사 관련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가 중단돼 검찰 내부에서도 파악이 어려운 차명계좌와 관련된 내용을 거리낌없이 밝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사 전문가이자 경찰 최고 수뇌부가 말한 내용 치고는 너무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조 전 청장은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자신의 발언 내용이 잘못됐다거나 과장됐다고 밝힌 적은 없어 2년 동안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더구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유족들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할 얘기를 하겠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주장이 허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만 반복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조차 "한때 대통령으로 모셨던 분이고, 그것도 불행한 사건으로 사망한 분에 대해 그 같은 날선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조 전 청장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차명계좌 유무가 허위사실 여부를 가리는 주된 기준일 경우 조 전 청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조 전 청장의 주장만 놓고 본다면 권 여사 비서의 계좌가 차명계좌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고, 별도의 차명계좌를 제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 전 청장은 법정에 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차명계좌 유무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안 내리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차명계좌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하직원에게 보고받은 내용을 사실로 알고 발언했다면 조 전 청장 입장에서는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거액'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고, 권 여사 비서의 계좌를 큰 틀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로 인식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명계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 전 청장의 발언에 고의성이 없어 기소하지도 않는다"는 어정쩡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형사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의 재량권이 매우 넓다"며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