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송국에서 본 가장 '멋있는' 남자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최백호다.
최백호를 내가 처음 처음 봤을 때 이미 그는 40대였고 지금은 60대 초반이지만 점점 더 멋있어진다. 사실, 나이가 들어서도 너무 '여자','남자'로서의 성적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연예인을 보면 거부감이 든다. 과도한 성형, 어울리지 않은 의상 등 외모에 대한 집착이 한때의 명성마저 갉아먹는 안타까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최백호는 완전 다르다. 로션도 바르지 않을것같은 푸석한 얼굴과 빗질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자연스런 헤어스타일, 낡디낡은 청바지에 수수한 티셔츠 하나로 스튜디오에 들어서도 60대의 최백호는 충분히 멋있는 '남자'다. 이성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성이 보이지 않고 스타라는, 본인과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거만함이 없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자연스럽다.
최백호하면 '고독'의 아이콘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그를 멋지게 만드는 이유는 '담백함'에 있는 것 같다. 그의 라디오 진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결같이 '투박하지만 진실하다'고 말한다. 라디오는 진행자의 품성을 속일수 없다. 또하나, 그를 멋있게 만드는 이유는 매사 '선선한' 그의 스타일이다. 최백호는 매니저가 없다. 섭외 전화를 늘 직접 받는다. 답도 빠르고 확실하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된다. 괜한 변명이나 거들먹이 없다. 높디높은 벽에 기꺼이 갇혀있는 스타들 속에서 최백호의 그 막힘없는 스타일은 정말 돋보인다. 늘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살아야하는 연예인이면 어쩔수 없이 생겼을 '가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래를 들어보면 안다. 그는 꺾어지지 않고 직선으로, 거침없이 뻗어가며 노래를 부른다. 게다가 어떻게 된게 나이가 들수록 고음이 더 잘나온다하니 놀랍다. 얼마전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서 라이브를 하는데 어찌나 쩌렁쩌렁 쑥쑥 고음이 올라가는지 모두를 놀래켰다. 기타도 나는 최백호스타일이 참 좋다.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최백호답게 기타소리도 깊고 무겁다. 그런가하면 유머감각도 뛰어나서 그가 출연하러 오면 스튜디오가 화기애애해진다. 그는 밝다. 솔직하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우스개 말을 잘한다. 멋있는 사람은 남자건 여자건 '어린아이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최백호가 바로 그렇다. 할 말 다 하되, 품위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되 무례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를 오랫동안 사랑하는 것 같다.'내 마음 갈곳을 잃어','영일만 친구', '그쟈', '낭만에 대하여', '입영전야', '뛰어'등 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나는 사실, 최백호의 작사, 작곡, 가창실력이라면 히트곡이 더 많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더 와닿고 더 좋아지는 최백호의 노래 중 나는 '애비'와 '그쟈'를 가장 좋아한다. '애비'의 '그래그래 너무 예쁘다, 잘살야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라는 부분에서는 꼭 목구멍이 뜨끈뜨끈해진다. '애비'라는 제목과 최백호가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는지…. 그리고 '그쟈'. '봄날이 오면은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꽃잎이 피면은 뭐하노 그쟈'. '그쟈'는 우리를 서툴고 순수했던 젊은 날로 데려가준다. 그리고 그냥 뭔가가 막연하게 그리워진다. 소박해서 예쁜 노래, 대표적인 봄노래 '그쟈'.
깔끔하게 면도를 한 최백호를 상상할수 없지만 나는 그가 그렇게 다소 헝클어진 멋진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주었으면 한다. 70, 80이 되어도 '멋진 남자'로.
조휴정ㆍKBS해피FM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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