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민 13명을 숨지게 한 국제 마약무장조직의 미얀마인 두목을 6개월의 추적 끝에 라오스에서 체포한 뒤 베이징(北京)까지 압송했다. 피해자가 중국인이라면 범인이 외국인이라도, 사건이 국경 밖에서 벌어졌어도 반드시 심판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외교가는 분석했다.
런민(人民)일보는 11일 메콩강 상류의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이자 마약재배 중심지인 골든트라이앵글의 마약왕 나오칸(43ㆍ사진)이 중국으로 인도된 것은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나오칸이 체포된 곳이 라오스인 만큼 다른 나라가 그를 인도받으려면 국제법에 따라 라오스에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10ㆍ5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중국인이고, 중국과 라오스 경찰이 합동작전으로 그를 체포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라오스에 나오칸에 대한 인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10ㆍ5 사건'이란 지난해 10월5일 메콩강의 태국 수역에서 중국 화물선에 타고 있던 선원 13명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중국은 당시 나오칸과 태국의 일부 군인들이 결탁, 보호세를 내지 않는 중국 선박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과 함께 '4개국 연합 대책기구'를 결성했다. 이후 중국은 나오칸을 잡기 위한 '경무 공작조'를 각 나라에 파견, 해당 국가와 검거에 주력하던 중 지난달 25일 메콩강 라오스 수역에서 나오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런민일보가 이날 나오칸의 인도가 적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그가 미얀마인이고, 라오스에서 검거된 만큼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해당국에 대한 주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오스가 중국에 나오칸을 넘긴 것은 중국이 그 동안 라오스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으면서 영향력을 높인 것도 한 몫 했다. 중국은 윈난(雲南)성에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이르는 70억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의 샨족 출신인 나오칸은 골든트라이앵글을 지배하던 전 마약왕 쿤사가 1996년 미얀마 정부에 투항한 이후 조직을 접수, 대부가 됐다. 한 때 100명도 넘는 무장 조직원을 거느렸던 그는 중국 공안의 손에 넘어가 극형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