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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열정은 아름다운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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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열정은 아름다운 불이다

입력
2012.05.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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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는 젊은이들의 고통에 클릭되었다. 어느 젊은이가 아프지 않을까. 이 땅을 살아가는 어느 젊은 세대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젊다는 것은 고통에 누구보다 예민하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젊음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일까. 역사를 통틀어 젊은 세대는 늘 열병을 앓았다. 그러나 그 열병의 열기가 언제나 세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생명을 잉태했다. 열병의 시작은 열정이고 열정의 그릇은 젊음이다.

물론 젊다고 다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젊다고 다 아파하는 것도 아니다. 젊다고 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열정 그 자체가 젊음이다. 사람들은 나이 들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식어 죽어간다. 열정을 잃는다는 것이 늙는다는 것이고, 열정이 식는다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말이다. 열정은 꿈의 밭이고 열정은 창의력의 샘이고 열정은 헌신의 두레박이다. 열정이 있어 우리는 살아있고 열정이 있어 우리는 고통을 겪는다. 그 열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패션(Passion)은 고난이라는 뜻을 함께 지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는 예수님의 수난이다. 예수님은 왜 고난을 겪었을까. 왜 고난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고난 속으로 뛰어들었을까. 십자가를 피하고자 결정하면 피할 수 있었다. 고난 받지 않겠다고 마음 먹으면 고난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난을 받겠다고 결정한 것은 바로 열정이었다.

어떤 열정이었을까. 사랑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되 멈출 수 없는 깊은 사랑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는 영원한 사랑이었다. 예수님의 열정은 사랑이었고 사랑은 열정이었다. 우리의 열정은 흔히 탐욕이고, 우리의 탐욕은 멈출 수 없는 열정이 된다. 그 열정은 위험하다. 그 열정 때문에 나도 다치고 남도 상한다. 차라리 열정이 없었다면 나도 지키고 남도 지킬 수 있었을 터인데 빗나간 열정 때문에 많은 사람이 뜻밖의 고통을 겪게 된다. 위대한 열정의 소산이라고 여겼던 인간의 거대한 모험들이 인류를 고통과 고난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공산주의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됐지만 거대한 실험은 72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남겼는지 일일이 기록을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은 고난을 겪는다. 모든 열정은 고난을 통해 그 모습을 갖춰간다. 열정이 없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난과 열정이 아니라면 피해갈 수 있는 고통들이다. 그러나 열정은 그 고통과 고난의 시간 속을 기꺼이 걸어간다. 열정이 고난을 통과했을 때 열정은 무지개 빛깔을 지닌다. 풀무와 같은 고난 속을 걸어 나왔을 때 세상은 그 열정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리고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의 열정에 감염되기 시작한다. 그 열정은 이윽고 사람을 모으고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을 감동케 한다. 한 사람의 열정은 이렇듯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오늘 개막하는 여수엑스포 뒷얘기 속에 나는 한 분의 열정을 보았다. 강동석 위원장은 이미 인천공항을 통해서 알려진 분이다. 그의 열정은 그가 가는 곳마다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인천공항이 건설 당시에 그토록 뒷말이 무성했던 것을 누가 기억이나 할까. 강위원장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뚜렷한 삶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나 스스로 불타지 않으면 남을 불태울 수 없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그 누구보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마른 하늘의 벼락과도 같이 우렁찬 선언이다. 우리는 자신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지키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안전지대를 갈망하는 속성을 본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마음을 새롭게 하자. 쇠가 죽는 길도 두 갈래이다. 녹슬어 죽는 길과 닳아서 죽는 길이다. 열정은 후자를 택한다. 열정은 그리고 누군가에게 불길이 되어 전해진다. 꺼지지 않는 열정은 영원한 불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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