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수요일/안느 베르티에 글 그림·김소희 옮김/뜨인돌어린이 발행·5~7세·1만1,000원
파랗고 큰 네모가 있다. 그 옆에는 작고 빨간 동그라미. 친구 같은데 크기대로 네모는 동그라미보다 힘도 세고 재주도 많다. 둘은 수요일마다 신나는 놀이를 한다. 동그라미가 해달라고 조르고 네모가 뽐내는 마술놀이다.
"큰 네모야, 빨리 마술을 부려 봐." "수리수리마수리 나비가 되어라 얍!" 네모가 어느새 나비 모양으로 바뀌었다. 보고 있던 동그라미도 "나도 나비!" 하고 따라 하는 놀이다. 꽃이며 버섯으로 네모, 동그라미가 휙휙 재미나게 바뀐다.
그런데 "어려운 걸 해 볼까?" 하고 네모가 울타리가 됐다가 연으로 바뀌고 크리스마스트리와 집을 지었다가 파도치는 바다가 된다. 동그라미가 따라 할 수 없다. "치, 잘난 체하지 마. 나 이제 너랑 안 놀아." 토라져서 떨어져 앉은 동그라미가 다시 살살 네모 곁으로 다가가 같이 모양을 만들어보자고 한다. 둘이 함께 사탕이 되고, 어릿광대가 되고, 모자가 되고, 배가 되고, 그릇이 된다. 연필도 되고, 꽃다발도 되고, 아이스크림도 된다. "까르륵."
이 책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나무블록의 기본 형태이기도 한 네모와 동그라미를 가지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며 재미난 시각적인 자극을 선사한다. 실제 블록으로 따라 만들어 볼 수도 있는 모양도 많다. 놀라운 것은 그 안에 친구 사이 갈등과 협동심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이다. '수요일이 신난다'는 제목도 멋지다. 매주 한 번은 꼭 돌아오는 재미난 시간을 기다리는 설렘이 담겼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멋진 그림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