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살레시오고 총동문회가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남수단에 청소년을 위한 학교를 짓는다. 수십 년 전 자신들을 가르쳤던 노스승의 편지 한 통이 계기가 됐다.
현재 남수단에서 빈민 구제와 교육에 힘쓰는 이탈리아 출신의 원선오(84)) 신부는 지난해 7월 살레시오고 21회 졸업생 등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학교를 건립할 기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원 신부는 아울러 동문이 살레시오 수도회를 통해 지난해 성금과 물품 등을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도 담았다. 도움을 주면 제자들을 보러 한국을 찾겠다는 내용도 적었다.
그 동안 원 신부는 제자들의 간곡한 한국방문 요구에도 불구하고 타고 갈 비행기 삯이면 수 천명의 남수단 아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이런 사실은 총동문회를 통해 제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기금이 모이기 시작했다.
총동문회는 19일 학교를 방문하는 원 신부에게 사랑과 존경이 담긴 기금을 전달한다. 우선 학교 한 곳을 지을 수 있는 5,000여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모금운동도 계속해 기금이 모일 때마다 남수단으로 보내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원 신부는 1962년부터 20년간 살레시오고에 재직하며 인자한 성품과 끊임없는 봉사 정신으로 제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모든 학생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사랑의 교육을 실천했다.
그는 82년 살레시오를 떠난 뒤 아프리카 빈민들의 참상을 듣고 홀연히 수단으로 향했다.
김철남(46) 총동문회 사무국장은 "살레시오의 이름을 딴 학교에서 많은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배움을 이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동문들이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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