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수도사업본부가 수돗물 정화용 응집제(PACㆍ부유물질을 엉키게 해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정화제의 일종)를 과다 투입해 수돗물이 대거 오염됐는데도 사고 발생시간을 늦춰 허위 발표하는 등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각적인 대응을 미루고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나서야 주민에게 공지해 시민 80만여명이 15시간여 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
광주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2일 오후 9시 언론사와 상급기관인 광주시에 수돗물 오염사고를 알리며 발생시점을 오후 1시께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수도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광주 동구 용연동 용연정수장 운용 상황실에 비상벨이 울린 것은 낮 12시34분이었고, 오염이 퍼져 비상벨이 울릴 때까지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사고는 오전 9시~9시30분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비상벨은 먹는 물의 수소이온농도(pH) 기준치인 5.8~8.5pH을 벗어나기 직전 울리게 돼 있다. 이날 강산성(2pH)을 띤 응집제가 과다 투입되면서 수돗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평소의 6.5~6.6pH를 크게 밑도는 5.5pH까지 떨어져 강산성으로 오염됐다. 약품탱크 누출액 방지벽 설치공사를 하던 근로자가 수동식 응집제 공급 밸브를 잘못 건드려 하루 평균 투여량 4톤을 10배 초과한 40톤에 가까운 응집제가 한꺼번에 투입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먹는 물 기준에 미달하는 5.8pH 이하로 떨어지면 이를 즉각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주민경고 매뉴얼도 따르지 않았다. 공지 없이 알칼리제를 투입해 정상화하려다 실패했고, "수돗물이 끈적거린다""수돗물에서 신맛이 난다"는 등 2,000여통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후인 오후 9시에야 TV 자막을 통해 알렸다. 오후 7시부터 시내 주요 간선도로 소화전 299개를 동시에 열어 오염된 수돗물을 빼낸 뒤, 13일 오전 3시30분쯤 수돗물은 정상화했다.
용연정수장 급수지역은 광주 동ㆍ서ㆍ남ㆍ북구 일부로, 80만여명의 주민에게 하루 24만톤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광주동부경찰서는 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와 현장 근로자 등을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안전수칙 위반 등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처벌할 방침이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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