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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프리랜서 정은혜씨 우간다 쿠미에서 첫 시작/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도서관 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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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프리랜서 정은혜씨 우간다 쿠미에서 첫 시작/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도서관 지어야죠"

입력
2012.05.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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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기부한 책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1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은혜(38)씨의 첫마디는 다소 엉뚱했다. 프리랜서로 웹기획일을 하는 정씨의 꿈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언제든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짓는 일이다. 이 곳의 책들은 미국의 명문학교인 하버드대 학생들로부터 기부 받아 채울 계획이다. "미국의 최고 대학교인 하버드 학생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도서 기부를 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죠. 전세계 젊은이들이 제3세계 아이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면 10년 뒤에는 세상이 조금 더 평등해 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정씨가 아프리카 아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8년 겨울. 우간다의 쿠미라는 시골 마을을 여행하면서부터다. 어릴 적부터 오지 여행을 좋아했던 정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발을 들인 적이 없는 쿠미를 찾았다가 이 곳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한 것이다.

"쿠미에서는 방학 때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게 불법이더라고요. 아이들은 하루 종일 우물에서 물을 퍼 나르거나 멍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곳에서도 초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지만 셈법이나 글을 익히는 수준의 교육만 진행되더라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당시 몇몇 아이들에게 색연필과 책으로 그림 그리기 시범을 보였더니 수십명의 아이들이 신기한 듯 몰려 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이 때 아프리카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그는"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당장 먹을 것보다 마음의 양식을 쌓는 도서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책을 읽게 된다면 힘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흥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아프리카가 열강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하는 비극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정씨는 지인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아 책이나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조각가 친구에게는 조각이나 그림을, 보컬 친구에게는 공연을 기부 받아 모금하는 식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책 100권과 학용품을 산 뒤 쿠미에서 1차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6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이솝우화 '개미와 배짱이', '양치기소년'으로 연극공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정씨는 미국행 비행기표도 보여줬다."몇 시간 뒤 책 기부를 받으러 하버드대로 출발해요. 2010년 겨울 쿠미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하버드대 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한국인을 우연히 만났는데 흔쾌히 돕겠다고 하더라고요."

정씨는 "미국에 가면 3개월 동안 하버드대를 포함, 영어권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할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학내에 부스도 만들어 책을 지속적으로 기부 받을 계획"이라며 "이번 여름까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산만큼 쌓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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