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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교육, 꿈을 Job자!/ <하> 성공적 미래 일꾼 양성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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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교육, 꿈을 Job자!/ <하> 성공적 미래 일꾼 양성의 조건

입력
2012.05.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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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는 적성 발견… 기업은 인재 육성… 지자체는 소통의 다리를

"학교와 기업, 지자체의 역할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나라 청소년 진로교육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교육, 산업 분야 전문가들은 이들 영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가 견고하게 작동하는 것이 진로교육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학생 적성 끌어내라

2일 핀란드 탐페레에서 만난 에로 로뽀 국가교육위원회 자문위원 겸 탐페레대 교사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은 교과목을 통해서"라며 "진로교육은 진로상담교사만의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뽀 교수는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수학적 관점으로, 환경 과목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생태계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는 상담을 거쳐 학생의 관심과 적성이 맞는 커리큘럼을 자유롭게 짜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또 학교가 노동시장 정보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뽀 교수는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도 직업체험을 하기 시작했다"며 "학교와 노동시장의 밀접한 교류가 핀란드 진로교육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동기부여가 안 된 상태에서 직업 체험에만 몰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체험장으로 보내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적성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운동, 음악, 제빵, 요리 등 다양한 동아리를 꾸려 학생의 적성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미래 사원 키운다고 생각해야

핀란드는 청소년 직업체험이 활발하지만 정부나 학교가 참여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도 주지 않는다. 7일 수도 헬싱키에서 만난 아나 레또 핀란드 산업연합(EKㆍ우리나라 대한상공회의소에 해당) 직업훈련 및 노동정책 분야 감독관은 "청소년들이 미래 사원이 될 수 있고, 사회가 학생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직장 문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기업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받아들인다. 레또 감독관은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들으려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제2의 도시 탐페레시는 매년 직업체험에 적극적인 기업에 공로패를 주는데 기업들은 이를 큰 명예로 여긴다.

고재성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의식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 직업체험 필요성을 일찍 깨달은 북유럽과 달리 초창기인 우리는 참여가 저조하다"며 "최근 교육기부가 이슈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기업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인식이 더 많은 기업으로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다리 역할 해야

2일 탐페레에서 만난 리따 유젠아호 탐페레 시청(교육청 역할도 겸함) 교육기획 담당관은 청소년 진로교육에서 지자체가 학교-기업-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시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toponetti.fi)에는 진로직업 관련 정보가 총망라돼 있고, 이를 통해 학교와 기업, 지역사회 전문가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는 "이 사이트에 학생이 진로 고민 등을 올리면 지역 내 심리학자, 의사, 교수 등 전문가들이 일종의 재능기부로 코멘트를 해준다"고 말했다. 유젠아호 담당관은 "학교나 기업이 각자 많은 준비를 해도 네트워킹이 잘 돼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현철 책임연구원은 "우리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약해 매개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지역에 뿌리를 내린 전문가 집단이 거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지역 청소년수련관이 일부만 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헬싱키ㆍ탐페레(핀란드)=정승임기자 choni@hk.co.kr

■직업 체험교육 학생들 "상상도 못했던 보람…꿈이 확실해졌어요" 호평 쏟아져

"3일간의 어린이집 교사체험 마지막 날, 처음에는 장난만 치던 아이들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나에게 따뜻한 편지를 써줬다. 내 꿈은 교사다!"

서울 하계중 3학년 A(15)양은 최근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모형개발을 위해 시범 실시한 직업체험 프로그램 '커리어 액션(Career Action)'에 참가해 학교 인근 어린이집에서 교사체험을 한 사흘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 평소 어린이집이나 학교 교사를 꿈꿔왔지만 실습을 해 볼 기회가 마땅치 않았던 터였다. '사과'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자신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며 유대를 쌓고, 숙제를 봐주는 등 평소 내면에 꼭꼭 묻어뒀던 '교사 기질'을 사흘간 발휘하고 돌아온 그는 "상상도 못했던 보람을 느꼈다"며 "3일간 멘토가 돼주신 어린이집 선생님이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만큼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0년부터 제대로 된 직업체험 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청소년 직업체험 활성화를 위한 협력 프로그램 개발'연구를 진행했고, 지난해 서울 노원구 하계중 학생 27명을 참여시켜 직업체험 프로그램 커리어 액션을 개발했다.

체험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 '수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꿈이 확실해졌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직업체험을 통해 나의 진로와 장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는 항목이 5점 만점에 평균 4.33이 나왔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는 항목 역시 평균 4.37에 달했다. 연구책임자인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장은 "학생들의 공통된 반응은 꿈을 확정짓지는 못했어도 분명한 '계획성'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은 정 센터장의 연구내용을 토대로 혁신학교인 북서울중 진로직업체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서울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도봉시민회 교육공동체 꿈꾸지가 일터 발굴을 위해 힘을 합쳤고 3학년 학생 모두 295명이 70개 일터로 체험학습을 나갔다. 강민경 북서울중 혁신부장은 "지자체, 기업 등이 모두 소극적이었는데, 도봉시민회 등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학생들을 위해 문을 열어달라고 나선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서울시교육청, NH농협은행이 진행하는 정규 직업체험 프로그램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은 이 시범사업을 토대로 했다. 이달부터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21개 학교 학생이 참여하는 직업체험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자체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29일에는 노원구청, 강동구청, 금천구청과 구 단위 직업체험센터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원하는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시기에 신청해 여러 직업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점별 직업체험지원 센터 및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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