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인 손지민(30)씨는 지난해 3월 가입한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최근 6개월 가량 정상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먹은 탓이다. 더군다나 비밀번호를 갱신하는 방법이 너무 어려워 그의 속만 타게 했다.
손씨는 본인 확인을 위한 이메일 인증과 휴대전화 인증을 통과해도 페이스북 친구를 사진에서 고르는 마지막 3단계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친구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데다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그들은 누가 손씨 친구인지 몰라 이제는 거의 포기한 상태다. 손씨는 "페이스북과 연동한 트위터를 통해 글을 올리고는 있으나 수정, 삭제 등 다른 기능은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퇴하고 새로 가입하고 싶어도 비밀번호를 모르니 로그인조차 할 수 없어 탈퇴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디지털시대 새로운 소통기구로 대중화한 SNS. 그러나 SNS 운영업체의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낙제 수준이라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글 작성 등 일반인에게 손쉬운 활동조차 이들은 힘겨워했다.
스크린리더(사이트의 내용을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보조 도구)를 이용해 트위터를 하는 이보훈(41ㆍ시각장애1급)씨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스크린리더는 화면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내용을 읽어주는데 화면 우측에 나오는 친구들의 메시지(트윗) 내용을 확인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며 "트위터 친구에게 회신하려고 '답글(reply)'을 클릭하면 해당 창이 화면 중앙에 나타나기 때문에 마우스로 한참 동안 찾아야 하는 점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트위터 운영 회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메시지 왼쪽에 있는 '친해지기' '발견하기' 등 불필요한 항목을 건너 뛰고 읽을 수 있는 '스킵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등 SNS 4개를 대상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측정한 결과 4개 SNS는 100점 만점에 53.6점밖에 받지 못했다. 센터는 지난 2월15일부터 한 달여간 시각장애인 4명이 회원가입, 정보검색, 글 작성 등 15개 과제(공통과제 5개, 개별과제 10개)를 SNS에서 직접 실행하도록 한 뒤 만족도를 조사했다. 장애인들은 트위터(38.4점)에서 개별과제 10개 중 회원가입과 팔로우할 사람찾기 2개만 온전히 수행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50.4점)도 평균을 밑돌았으며 요즘은 61.9점, 미투데이는 63.7점이었다.
유재호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보통신이용에 대한 차별도 금지했지만 SNS 운영업체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웹상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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