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해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가 '부실은 있었지만 부정은 없었다'는 취지의 반박에 나선 가운데 당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10일 추가로 부정 사례를 폭로했다. 우선 온라인 투표 도중 소스코드가 열린 특정 시점에 특정 후보의 득표율이 급상승했다는 사례를 공개했다. 또 온라인 투표에서 이름은 다른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같은 결과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IP의 중복 투표에 대한 조사가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최종 득표의) 50~60% 가량을 얻는 시점에 유독 한 후보의 득표율이 73%로 수직 상승했는데, 그 시점이 바로 소스코드를 열고 들어간 때"라며 "이런 이상 징후가 있었기 때문에 당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대표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조작 의심 사례도 공개했다. 그는 "동일 IP (중복 투표) 문제를 같은 학교나 사무실 등 단순 공간의 문제로 공방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며 "동일 IP로 투표한 사람들의 이름은 다 다른데 주민번호 뒷자리가 일치하거나, (뒷자리가) '2000000'으로 기록된 사례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15362XX'라는 주민번호 뒷자리의 경우 성이 이씨인 사람 3명, 최씨인 사람 2명 등 모두 5명이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김모씨, 민모씨, 지모씨 등 3명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1680XX'로 똑같았다. 이름은 다른데 뒷자리 2~3개가 같은 다른 사례도 있었다. 조 대표는 "이런 특이한 유형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결국 둘 중 한 명, 셋 중 두 명은 유령당원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번호 체계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족이 다수 섞여있는 총 528명의 주민번호를 샘플링 해보니, 뒷자리 주민번호 7자리가 모두 한 쌍 이상 같게 나오는 사람은 총 441명이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번호 뒷자리 '2000000'인 경우에 대해서는 "유럽에 거주하던 당원으로 선거 당시 주민번호가 없었다""당원으로 가입할 때 주민번호와 주소를 오기한 것"등의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해명은 이론상의 해명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 동일 IP에 접속한 인원 중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같은 경우가 여러 명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 거주했다거나 잘못 표기했다는 등의 설명은 본인 확인 절차가 부실했거나 사람들을 대거 끌어 모아 도용했을 것이란 의심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옛 민주노동당 시절 당원 등록 때는 본인 인증 절차가 없었다가 통합진보당으로 합당한 이후에야 신규 등록 시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엉뚱한 주민번호를 기록해도 그대로 등록돼 실존 인물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당원이 잘못 쓴 것"이란 이 대표의 말 자체가 엉터리 당원 관리를 반증한 셈이란 지적도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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