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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교실서 수업 보조… 교사들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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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교실서 수업 보조… 교사들도 "최고"

입력
2012.05.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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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9시 50분 경기 과천시 별양로 관문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 담임교사가 덧셈과 뺄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교실 뒤에 서 있던 김미라(41)씨는 교과서가 없는 한 학생을 발견했다. 슬그머니 뒷문을 열고 나간 김씨는 잠시 뒤 교과서를 가져와 학생의 책상 위에 펼쳤다. 책이 없어 멀뚱거렸던 학생은 미소로 답했다.

같은 시간 미술 수업이 진행된 3학년 3반 교실에는 이경희(50)씨가 서 있었다. 이씨는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주의를 주고, 모르는 내용을 물어오면 낮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수업시간 40분 동안 이씨는 교실 곳곳을 조용하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김씨와 이씨의 목에는 이름 앞에 '학부모 보조교사'라고 쓰여진 명찰이 걸려 있었다. 생소한 명칭이지만 말 그대로다. 정교사는 아니고 교실에서 교사의 수업을 물심양면 돕는 보조교사들이다.

지난해 과천시가 시작한 학부모 보조교사제가 교육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교사들도 이들의 활동으로 학습효과가 상승하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현재 관문초등학교에는 7명의 보조교사가 근무 중이다. 올 초 시 공고를 보고 신청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연수를 받은 뒤 학교에 투입됐다. 이들은 말이 '보조'지 7명 모두 교원자격증을 가졌다. 과거 교사로 근무하다 출산과 육아 등의 이유로 교단을 떠난 터라 전문성과 지도 경험도 겸비했다.

보조교사들의 역할은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주의가 산만한 1학년은 2명이 전담하고, 나머지 보조교사들은 각각 한 학년씩을 맡고 있다. 수업 시간 외에도 부진한 학생들을 개별지도하고 상담도 한다.

자원봉사 성격이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온 보조교사들의 만족도는 높다. 5년간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이씨는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보조교사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니까 기쁘다"고 말했다.

5학년을 맡고 있는 백순심(49)씨는 다시 학교로 돌아온 사실 만으로도 행복해했다. 백씨는 결혼 전 5년 넘게 고교 국어 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일찍 교직을 떠나 미련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오히려 내가 학교에서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거부감을 가졌던 교사들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김득영 관문초등학교 교장은 "처음에는 일부 교사들이 감시 당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학생들 집중도가 높아지고 업무가 줄자 지금은 좋아한다"며 "학부모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과천시는 지난해 시작한 관문ㆍ청계초등학교에 이어 올해는 과천초까지 보조교사제를 확대했고, 예산도 지난해보다 8,000만원 늘린 2억6,00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과천초에서는 관문초처럼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청계초에서는 '창의선택놀이' 교과를 보조교사 10명이 전담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만들었지만 시비로 운영하는 보조교사제는 과천시가 유일하다. 시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교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는 것도 학부모 보조교사제의 의미"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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