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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퇴출 파문/ 대주주는 그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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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퇴출 파문/ 대주주는 그림 애호가?

입력
2012.05.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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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저축은행의 재산목록엔 어김없이 국내외 유명작가의 그림이 등장한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단순한 취미활동으로 여기기엔 점당 100억원이 넘는 작품도 있는 등 액수가 큰 편이다. 그림을 통한 담보대출 등 얽혀있는 관계도 복잡하다.

이들이 소장한 작품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5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 '노상의 사람들', 고 김환기 화백의 '무제', 낙서라는 혹평과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는 싸이 톰블리의 '볼세나'(무제라는 뜻) 등이다. 이 가운데 박수근 화백의 작품 2점은 올해 3월 경매에서 11억원 정도에 팔렸다. '볼세나'는 경매(감정가 150억~190억원)가 곧 진행될 예정인데 적어도 100억원 안팎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1차 구조조정에서 퇴출된 부산저축은행은 무려 91점(감정가 기준 2,000억원)의 미술품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는 쩡판즈(曾梵志)를 비롯해 장샤오강(張曉剛), 양샤오빈(楊少斌), 펑쩡제(俸正杰), 인자오양(尹朝陽), 천롄칭(陳聯慶) 등 중국 현대화가 6명의 작품 15점도 포함됐다. 대부분 불법대출의 담보물로 사용됐는데, 쩡판즈의 '트라우마'와 '스카이 여자 초상', 장샤오강의 '혈연시리즈' 등 10점은 지난달 홍콩 경매시장에서 27억원 정도에 낙찰됐다.

지난해 9월 2차 퇴출 목록에 오른 프라임저축은행의 대주주 임명효 동아건설 회장은 100억원이 넘는 차명대출을 받아 미국의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작품 4점을 사들였다. 임 회장은 자신이 가진 미술품 34점을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도록 프라임저축은행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로 얼룩진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그림에 눈독을 들인 건 예술이 아닌 새로운 용도에 주목한 탓이다. 미술품의 경우 당사자만 구입 가격을 알고 있어 비밀리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정확한 값이 정해져 있지 않아 매매가격도 숨길 수 있으니 비자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삼성, 한화 등 대기업 비자금 관련 수사 과정에서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저축은행에선 그림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금은 감정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대출 신청자의 상환능력을 따진다. 때문에 불법대출의 통로로 얼마든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가치를 매기기 어려워 그림을 담보로 받는 걸 꺼리는 제1금융권과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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