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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에어컨 풀가동… 여름 전력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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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에어컨 풀가동… 여름 전력난 비상

입력
2012.05.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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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24도였던 10일 낮 12시 서울 명동의 한 쇼핑몰. 1층 출입문이 모두 열려 있는 가운데 입구에 설치된 에어컨의 희망온도는 1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매장 앞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한기가 다 뿜어져 나올 정도.

매장 내부는 더 심했다. 대부분 반팔 차림인 소비자들과 달리, 매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하나 같이 긴 팔 티셔츠를 입거나 심지어 점퍼까지 걸치고 있었다. 직원 김모씨는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잘 들어오지 않고 조금이라도 덥다 싶으면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에 이 날씨에도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의류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명동 일대 50여 곳의 매장은 대부분 출입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풀 가동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국을 암흑으로 몰고 갈 뻔 했던 9ㆍ15 정전대란 이후 8개월 여가 흘렀지만 에너지 과소비 실태는 여전했다.

낮 최고기온이 26도를 찍은 오후 3시, 대형 의류브랜드 매장 등이 밀집한 강남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20여 곳의 매장 가운데 10여 곳 역시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훤한 대낮인데도 조명은 눈이 부실 정도였고, 인근의 대형 건물 에스컬레이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에너지를 물처럼 펑펑 쓰다 보니 전력수급엔 벌써 빨간 불이 켜졌다.

우선 수요. 예년에 비해 기온이 최대 10도 가까이 높아진 초여름 날씨 탓에 전력수요는 평소보다 200만~400만㎾ 늘어났다. 한전 관계자는 "이 정도 더위에 전력소비가 이렇게 늘어난다면 한여름에는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고리원전 1호기(60만㎾), 울진원전 4호기(100만㎾) 등이 고장 또는 정비 중이어서 전력공급이 최대 360만㎾ 감소했다. 이처럼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줄다 보니 5월 초부터 예비전력은 400만~500만㎾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이맘때 예비전력이 1,100만㎾였던 걸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통상 예비전력은 400만㎾ 밑으로 내려가면 '비상상황'으로 간주한다. 결국 5월초에 전력이 비상상황에 근접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하는 본격적인 무더위(6~8월)가 찾아오면 전력수급 상황은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점.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현재 예비전력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업체가 조업시간을 조정해 100만∼200만㎾정도 감축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상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대책을 조기에 시행키로 했다. 발전소 예방정비를 연기하고 산업체 조업시간을 조정해 어떻게든 500만㎾ 이상의 예비전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프랜차이즈업체 등과 10∼11일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냉방자체를 요청할 방침이다.

건국대 박종배 전기공학과 교수는 "낭비형 에너지 소비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선 범 국민적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엔 정부가 대형건물의 과잉난방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실시, 전력예비율을 크게 높였지만 행정단속이 끝나자 다시 에너지 다소비관행이 살아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한경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아울러 위기상황이 임박하면 사전예고를 통해 강제정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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