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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 50주년 맞은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유진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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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 50주년 맞은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유진호 신부

입력
2012.05.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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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루페 외방선교회’의 호세 알바레스와 호세 차베스 신부가 고국인 멕시코를 떠나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62년 늦가을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 선교회 소속 50여 신부들은 소록도 나환자촌 등에서 한국인들조차 외면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선교에 힘써왔다.

과달루페 외방선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앞서 빛을 전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해외 선교를 위해 1949년 멕시코시티에서 설립됐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2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으며, 한국에선 현재 21명의 신부가 활동하고 있다. 이 선교회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과달루페 외방선교회에서 한국지부장인 유진호(54ㆍ에우제니오) 신부를 만났다. 1866년 병인박해 때 1만여명이 참수된 절두산 순교성지와 마리스타수도원, 국제가톨릭형제회(AFI)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외방선교회 건물은 흡사 유럽의 수도원을 옮겨다 놓은 듯 고아했다.

유 신부는 나이를 묻자 우리말로 “58년 개띠”라고 답할 정도로 우리말이 유창했다. 그는 80년대 중반 광주가톨릭대에서 3년6개월간 신학공부하고 멕시코로 돌아갔다가 한국을 잊지 못해 2002년 다시 왔다.

“한국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 땅에는 이미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오히려 제가 한국신자들을 통해 주님을 더 가까이 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복음을 주러 왔다가 오히려 제가 복음을 받게 된 셈이지요. 하느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도 낯선 이국 땅에서 온 우리를 환대해 주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앞으로도 줄곧 한국에서 살다가 여기에 묻힐 생각입니다.”

이제 한국 가톨릭 신자 수가 500만명을 웃돌 정도로 급성장했는데 굳이 선교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유 신부는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에 가톨릭 신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전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선교가 필요한 땅입니다.”

다만 유 신부는 “그 동안은 본당 사목활동을 돕는 데 역점을 뒀다면, 선교 50주년을 기점으로 사목의 사각지대로 눈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와 재소자, 그리고 그들 가족 등 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곁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 선교의 빗장을 풀리면 곧바로 들어가기 위해 북한 사투리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외방선교회는 현재 서울 자양동성당, 순천 금당성당 상사성당, 광주 망운성당 등을 맡아 운영하며, 서울 중앙대병원과 강남병원, 순천 가톨릭병원 등에서 원목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 한국외대, 가톨릭대 등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일도 선교회 사역의 하나다.

외방선교회는 선교 50주년을 기념해 몇 가지 소박한 행사를 준비했다. 우선 한국선교 희년(禧年)을 맞아 12일에는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서울 자양동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이 미사에는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와 멕시코 주교회의 의장인 오스카르 주교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 19일에는 광주 금당성당에서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의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연말까지 서울 합정동과 전남 순천 지부에서 50주년 기념 사진전도 열 예정이다.

글ㆍ사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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