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64)씨는 지난 2009년 9월 불법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사행행위특례법 위반 등)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게임장 업주였던 조모(47)씨가 윤씨의 명의를 빌리는 조건으로, 단속에 걸렸을 때 변호사 비용과 먹고 살 돈을 대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실질적 게임장 주인인 조씨는 인천의 모 고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8급 기능직 공무원. 공무원 신분이라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게임장을 운영한 것이다.
조씨는 윤씨뿐만 아니라 내연녀로 알려진 지모(44)씨와 동서 서모(54)씨의 명의로 불법 게임장을 차렸다. 조씨의 아내 김모(44)씨는 게임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조씨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게임장을 운영하다 단속을 당하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명의를 바꿔 다시 차리는 식으로 게임장 운영을 계속했다.
조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인천 서구 석남동 일대에서 게임장 3곳을 운영했다. 조씨가 개∙변조한 바다이야기 등 게임기로 챙긴 수익만 10억여 원에 이른다. 하지만 조씨의 이런 행각도 불법 게임장 운영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지인이 돈 문제 등으로 조씨와 틀어져 경찰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인천서부경찰서는 불법 게임장을 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지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큰 돈을 챙겼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은 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며 "조씨가 바지사장들에게 얼마나 입단속을 시켰는지 일부 바지사장들은 조씨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실제 시장'이라고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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