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의는 푸틴이 세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던 터여서 두 정상 사이가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백악관은 9일 푸틴이 오바마와 전화통화에서 새 내각 인선을 이유로 들며 유감의 뜻을 표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신 참석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톰 도닐론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푸틴과 만났으며 양국 사이에는 어떤 불길한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푸틴 취임과 함께 미러 관계에 긴장이 드리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시카고에서 18, 19일 G8 정상회의를 갖고 이어 20일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이 대선 선거 기간 중 "미국이 주도하는 NATO의 미사일방어(MD) 전략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NATO 회의 불참을 공언하자 미국은 G8 회의 장소를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바꿨다. 푸틴을 의식한 미국의 배려였다. 결국 푸틴의 G8 회의 불참은 미국의 성의를 무시하는 모양새가 됐다.
앞서 3월 푸틴이 당선됐을 때 오바마는 나흘이 지나도록 당선 축하전화를 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푸틴은 당시 NATO 회의 참석을 묻는 질문에 "시카고는 알 카포네(갱단 두목)가 살았던 곳"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와 푸틴은 내달 18, 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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