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에 대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0일 매출액 기준 200대 기업 가운데 동반성장평가에 적합한 기업으로 선정된 56개 기업의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총 4개 등급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건 낙제점을 받은 기업들.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효성 STX조선해양 홈플러스 LG유플러스 등 7개사가 최하위인 ‘개선’등급을 받았다.
최고등급인 ‘우수’그룹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전기 포스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6개사가 속했다. LG전자 롯데쇼핑 등 20개사가 두 번째 등급인 ‘양호’를,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23개사는 ‘보통’으로 평가됐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이행 실적 평가와 협력사를 상대로 한 체감도 조사를 바탕으로 최종 등급이 결정됐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공정위 평가와 체감도 조사에서 모두 우수 또는 미흡 평가를 받은 기업들만 최상위,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했고 두 조사의 평가가 다를 경우 합산해 평균을 내거나 한 단계 낮은 등급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상생협력 점수가 공개되자, 기업들의 희비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특히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힌 ‘개선’등급 업체들은 불만이 극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이 등급에는 조선사가 3개(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나 포함됐는데 이들은 “조선사들의 업황이 워낙 부진하니까 협력사들의 동반성장 체감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업종별 경기나 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잣대를 대는 건 불공정하다”고 항변했다.
LG유플러스나 홈플러스 등 서비스업체들은 협력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평가기준이 제조업체들에 유리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수 평가시 자금지원 부문의 가중치는 높고 교육 등의 실질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가중치가 낮았다”며 “규모가 더 큰 기업이나 제조업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수등급을 받은 곳은 모두 초우량기업이고 제조업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우수등급 6개사 가운데 5개를 휩쓸었고, 삼성 계열사 중에는 삼성물산을 뺀 8개사가,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제외한 6개사가 모두 상위등급에 포진했다. 실적이 좋으니까 동반성장 잘 되는 것인지, 동반성장이 잘 되니까 실적이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기업실적과 동반성장성적이 비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동반위는 우수 등급 기업에 대해 하도급 분야 직권·서면 실태조사를 1년 면제하는 등 상위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하위 등급기업에는 별도의 불이익은 없다.
재계는 평가결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면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을 줄 세우려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불평을 쏟아냈다.
동반위는 내년에는 74개사로 확대하는 등 해마다 발표 대상 기업수를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과연 내년에도 지수 자체를 매길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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