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부대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해안초소에서 총기자살한 강원 고성군 육군 모 부대 소속 박모(21) 일병(본보 4월 20일자 12면)의 유족들이 "박 일병의 자살 징후를 감지해 지휘관에 치료를 부탁했는데도 조치가 없어 자살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9일 유족들에 따르면 박 일병은 1월 5일 백일휴가를 나와 "누군가 나를 쏴줬으면 좋겠다. 군대생활 참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면서 부대복귀를 거부했다. 놀란 유족들은 부대 지휘관에게 박 일병의 심리상담, 정신치료 등을 부탁하며 박 일병을 타일러 복귀시켰다. 부대 지휘관은 "복귀만 시키면 치료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사고가 날 때까지 심리상담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부대 복귀 후 박 일병이 부대의 불만과 개선상황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이유로 지휘관이 "너는 필요없는 XX", "너는 내 뒷통수에 칼을 꽂았다" 등 폭언을 했고 부대원들에게 따돌림 받는 상황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육군의 경우 관심사병은 A, B, C급으로 구분되는데 박 일병은 이 부대에 배치된 지난해 10월 이미 '자살이 우려되는'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된 상태였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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