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를 바라보는 당권파의 인식은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당권파를 대변하는 인터넷 매체의 편집국장은 9일 "돈봉투를 뿌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총체적 부정은 아니다"는 식으로 강변했다. 현장투표의 4분의1 가량이 무효로 처리될 정도로 광범위한 부실ㆍ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당권파의 '황당한 인식'에 "어이가 없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정무 '민중의 소리' 편집국장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선자가 돈봉투를 뿌렸다면 총체적이라고 보는 게 맞지만 광범위한 경선에서 동원 현상이 일어났다는 정도를 갖고 총체적 (부정)이라고 붙이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는 통합진보당의 기관지 성격이 강하고 이석기 당선자가 한때 이 매체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국장은 유시민 이정희 공동대표의 대담집 기획자로도 알려졌다.
이 국장은 "한나라당에선 선거에서 돈봉투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고 민주당 국민경선에서는 사람이 자살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정당들이 관행적으로 하는 조직동원 선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 보통 당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고 공개할 때 공개하더라도 질서정연하게 한다"며 진상조사위 발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부정이 있더라도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라며 국민참여당 등과 통합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도 말했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민주통합당 출신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정파적 관점보다는 당 전체와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한 데 그게 실종된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야권의 다른 관계자도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라며 "광범위한 부정을 저지른데다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가 부정선거 사례로 제시한 뭉텅이 표에 대해서도 당권파는 억지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렸던 김선동 의원은 전날 "절취선이 절묘하게 잘려서 계속 (투표함에) 넣다 보면 그 풀이 다시 살아나서 (투표용지가) 다시 붙는 경우가 있다"고 황당한 주장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개표할 때 투표지를 쌓아두게 되는데 이 때 용지에 남아있던 접착제가 작용해서 여러 장이 붙을 수 있다"고 여전히 터무니 없는 말을 했다.
당권파 핵심인 이석기 당선자는 자신에게 쏟아진 중복투표 의혹에 대해 "총 득표수의 60%가 동일 IP투표라는데 그런'괴물 PC'는 현실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사실을 왜곡시켜 해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동일 IP에서 2회 이상 투표가 이뤄진 중복투표의 득표수를 모두 합친 게 전체 득표의 60%가량 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한 컴퓨터에서 얻은 득표수가 전체 득표의 60% 가량 된다고 왜곡시켜 설명한 것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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