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이번 당내 파문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면서 말을 바꾸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당권파의 '막무가내식' 대응과 같은 맥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전국 운영위 회의에서 "당의 공식석상에서 말씀 드리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며 의장직 사퇴 의사를 시사했다. 이 장면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그러나 불과 이틀 후인 7일 이 대표는 대표단 회의에서 "10일 열리는 전국 운영위원회 의장직을 다시 맡겠다"고 말했다.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힐) 당시엔 마지막 회의인줄 알았고 매우 감상적인 상태였다" 는 게 이 대표가 밝힌 입장 번복의 주된 이유였다.
이에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 등 비당권파 측은 "당권파에게 유리한 쪽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이 대표가 말을 바꾸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운영위 사회권 문제는 10일 오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가 불거진 지난 3일에는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었다. 당시에는 대표직 사퇴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는 진상보고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조사 결과가 부실하다고 반박하는 등 전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이어 단독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비당권파를 향한 역공 모드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9일 라디오에 출연해 "진상조사보고서를 완전히 깨끗한 눈으로 봤더니 사실 확인이 전혀 없는 무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상조사위가 당 전체에 대해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면 재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내가 아마 화합할 가능성이 굉장히 적어질 것"이라는 엄포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뢰가 매우 크게 무너졌지만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때 갈라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내 인생을 걸고 한 약속이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상황 논리에 따른 말 바꾸기는 오로지 당권파의 이익과 변호를 위한 것"이라며 "이미 공당 대표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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