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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가 피의자 3명 만나보니…"신촌 살인 10대들, 학대의 상처가 곪아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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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가 피의자 3명 만나보니…"신촌 살인 10대들, 학대의 상처가 곪아터졌다"

입력
2012.05.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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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서울 신촌의 공원에서 밤 9시도 안된 시각에 남자 대학생을 흉기로 잔인하게 찔러 죽인 10대 청소년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지난 7일 오후 서울경찰청 형사과 행동과학팀 프로파일러(범죄심리ㆍ행동분석관)를 만난 자리에서였다. 범행 배경을 놓고 인터넷 '사령(死靈)카페'나 '오컬트(Occultㆍ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봉하는 경향) 문화'와의 연관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성장과정에서 당한 정서적ㆍ신체적 학대 경험이 범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이다.

경찰 프로파일러들은 이 사건 피의자들인 대학생 윤모(18)씨와 이모(16)군, 홍모(15)양을 5시간 가량씩 면담했다. 프로파일러들이 놀란 대목은 이들의 성장 배경이다. 모두 가정폭력, 부모의 정서적 방임, 집단 따돌림 같은 학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마치 남인 양 얘기하거나 자신이 당한 피해를 얘기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피의자도 있었다. 이런 성장기 탓에 이들은 대인관계에 유독 서툴렀고 작은 일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심리상태가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프로파일러들은 "피의자들이 면담 과정에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등 위축돼있거나 일부러 과장된 행동이나 말을 하는 등 공통적으로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씨를 잔인하게 죽일 생각까지 한 이유는 뭘까. 프로파일러들은 "피의자들은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현실을 피해 가상 공간에 안식처를 만들었는데 그 공간에서마저 (피해자 김모씨에게) 공격을 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며 "일반인과 달리 이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였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프로파일러들은 피의자들이 피해자 김씨를 공원에서 죽인 뒤 수풀로 옮겨서도 다시 찌르는 등 범행 과정에서 나타난 잔혹성도 분노보다는 두려움의 표출로 분석했다. 한 피의자는 "(김씨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또 찔렀다"고 말했는데, 이는 폭력의 피해자들이 보복성 범죄를 저지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혹시라도 다시 일어나서 나를 해코지 하는 건 아닐까'라는 공포심으로 과도한 폭력성을 띄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를 알지 못하는데도 살인에 가담한 윤씨의 심리에 대해서도 "자신과 가까운 이군과 홍양이 김씨의 협박성 문자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자 자신이 받았던 피해 경험이 중첩되면서 연장자로서 '내가 너희를 지키겠다'는 심리가 발동해 범행을 돕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프로파일러들의 진단이다. 이들 세 명은 프로파일러 면담에서나 경찰 진술에서 "돕고 싶었다" "보호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프로파일러들은 범행동기로 제기됐던 '사령카페' 연관 의혹에 대해선 일축했다. "심령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현실세계의 일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지만, 이들은 범행 후에도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얘기를 나눴다"며 "카페는 이들이 서로 알게 된 공간일 뿐이지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일면식도 없던 프로파일러에게 성장과정에서의 상처를 털어놓고 나서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꾸벅 절을 하기도 했다. "그간 살아오면서 누군가가 자기 얘기에 귀 기울여주며 지지해준 적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한 프로파일러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범행의 원인을 캐며 잔인한 범죄자로 낙인 찍기에 몰두하기 보다 심리적 치유에 관심을 쏟는다면 이들의 남은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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