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9일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경선을 실시해 새 원내대표로 4선의 친박계 핵심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을 선출했다. 정책위의장에는 러닝메이트로 나선 3선의 진영(서울 용산) 의원이 당선됐다. 이한구ㆍ진영 의원 조는 결선 투표에서 전체 138표 가운데 72표를 얻어 66표를 얻은 남경필ㆍ김기현 의원 조를 꺾었다.
애당초 친박계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게임이었다. 19대 의원 150명 가운데 70% 이상이 친박 성향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말 그대로 '친박계가 결심하면 그대로 되는' 구조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가도를 위해서는 친박계 핵심이 원내사령탑 자리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경선 직전 친박계 내에 형성됐다. "대선 행보에 나선 박 위원장의 행장을 가볍게 하기 위해선 우선 원내에서부터 짐을 덜어 줘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 친박계 내부의 유력한 카드로 거론됐다. 그의 총선 대표 공약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였을 정도로 박 위원장에 대한 그의 로열티는 확실하다.
이번 경선 결과는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으로 재탄생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러다 보니 당 안팎에서 '친박계의 지도부 독식'과 '박근혜 사당(私黨)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당선이 유력시되는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사실상 친박계라고 할 수 있다. 차기 당지도부의 '원ㆍ투'가 친박계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새로 선출되는 나머지 4명의 최고위원직 중 다수도 친박계 인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9명 중 7명이 친박계 또는 친박 성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당대회가 끝나면 새누리당의 친박 색채는 한층 진해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 일색의 당 지도부가 구성되면 내부 견제와 균형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런 면에서 남경필ㆍ김기현 의원 조의 선전은 나름 고무적이다. 남 의원 조는 1차에서 5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차에서도 66표라는 녹록지 않은 득표력을 과시했다. 쇄신파 의원들에다 친이계 의원들의 표가 합쳐져 이른바 비박(非朴) 진영 연대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일부 친박계 당선자들도 '지금은 수도권 출신의 젊은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남 의원 조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친박계 당선자는 "친박계 내에서도 '젊고 개혁적인 원내대표의 등장이 박 위원장에 도움이 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선 결과를 두고 당내 세력 구도가 주류인 친박계를 한 축으로 하면서 반대편에서 쇄신파와 친이계가 손을 잡고 견제하는 형태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6표는 새누리당 의석에서 45%를 차지한다. 나름 의미 있는 지분이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연대를 맺으며 친박계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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