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말레이시아 바탕칼리에서 행해진 영국 근위대의 군사작전이 불법 양민학살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바탕칼리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불법 학살을 고백한 내용을 영국 고등법원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세간의 무관심 속에 64년 간이나 묻혀 있던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
사건이 일어난 해는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하기 9년 전이다. 영국 근위보병 제3연대(SG)는 식민지배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말라야 공산당(CPM) 게릴라들을 진압하는 군사작전을 수행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바탕칼리의 무고한 고무 농장 인부 24명을 무차별 학살한 것이다. 그러나 이름 없는 농부들의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갖는 이가 없어 사건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공식 조사가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70년.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이 수사를 명령했고 취조를 받은 군인 8명 중 6명이 당시 작전이 불법 학살이었음을 확인했다.
희생자 측 변호를 맡은 마이클 포드햄 변호사는 군인들의 증언이 담긴 수사 자료를 고등법원에 최초로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군인이었던 윌리엄 쿠티스는 수사관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 하사관이 주민 중 한 명에게 뛰라고 손짓한 후 그를 쐈다"고 말했다.
한창 진행 중이던 조사가 그 해 6월 돌연 중단된 이유도 밝혀졌다. 70년 군인들의 조사를 지휘했던 프랭크 윌리엄스 총경이 작성한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수사를 중단한 공식 이유가 증거 불충분이라는 것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희생자들의 친척들은 그 동안 영국 여왕에게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두 차례 제출하는 등 조사를 거부하는 영국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판결은 9일 나올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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