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과정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주 계열 금융회사가 저축은행 지분을 사들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데다, 증자 참여 시점이나 풋백옵션(미래 측이 지분을 되사는 조건) 담보물 등을 둘러싸고도 석연찮은 대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1. 부실 저축은행에 145억원 투자
■ 당시 하나캐피탈측 "자구계획대로 BIS 8% 달성 믿었다"
하나캐피탈은 작년 9월 말 미래저축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9.93%)가 됐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미래를 포함한 6개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회사 경영개선 명령)를 유예한 지 불과 열흘 남짓 뒤였다.
금융당국이 유예 저축은행의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미 시장에선 미래저축은행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던 상황. 연말까지 충분한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받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종준 당시 하나캐피탈 대표(현 하나은행장)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를 넘어섰고 연말에는 추가 자구계획으로 8%를 넘어설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저축은행조차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에서 경고장을 받은 저축은행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고 무려 145억원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2. 담보 기능 상실한 건물에 근저당
■ 김찬경 동생 명의 빌딩 감정가 웃도는 근저당권 이미 설정 상태
하나캐피탈은 증자에 참여하면서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 동생 명의의 서울 서초동 5층 빌딩에 188억원 근저당을 설정했다. 미래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 작년 말 미래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8%에 한참 못 미치자 하나캐피탈은 당초 약정(풋백옵션)대로 지분을 되살 것을 미래 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저당권 행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 근저당은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올해 3월 초 하나캐피탈은 근저당권 행사를 위해 법원에 이 건물의 경매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경매 신청자가 경매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며 기각했다. 애당초 하나캐피탈이 이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하기 전 감정가(398억원)를 크게 웃도는 선순위 근저당권(494억원)이 설정돼 있었던 것. 사실상 담보 기능을 상실한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다. 하나캐피탈 측은 "이 건물의 시가는 5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매업계에선 "통상 시세의 60~70%에서 낙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근저당 설정"이라고 지적한다.
3. 꼬리표 없는 그림 담보 잡아
■ 박수근 작품 등 5점 소유주 불명확… 회사소유 유용 의혹
하나캐피탈은 건물 근저당 외에 김 회장 소유의 그림 5점을 담보로 잡았다. 싸이 톰블리의 '볼세나'를 비롯해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 등 3점, 그리고 김환기 화백의 '무제' 등이다. 당시 감정가(150억~19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경매 등을 통해서 100억원 안팎의 회수는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그림의 소유권이다. 김종준 행장은 "5점 모두 김 회장 소유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림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은 이상 소유주 확인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래저축은행은 서미갤러리에 빌려준 돈(285억원)을 받지 못해 담보로 잡았던 그림 몇 점을 확보한 상황. 그래서 일각에선 김 회장이 회사 소유 그림을 개인 담보로 유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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