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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악습 버리고 새판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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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악습 버리고 새판 짜라"

입력
2012.05.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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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무감각, 책임 정치 실종, 국민 눈높이 무시,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정파 문화, 일부 세력의 종북 성향…'

그간 진보 진영 일부에서 쌓여왔던 폐해가 최근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막가파식 행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대 위기를 맞은 진보 진영 내에선 이 같은 악습과 철저히 결별해야 진보 가치를 지키고 거듭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야권 성향의 학계ㆍ종교계 원로 등으로 구성된 '희망2013ㆍ승리2012원탁회의'도 9일 통합진보당에 대해 "경선 과정 등에서 드러낸 당내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비례대표 경선에서 현장 투표의 24.2%가 무효로 처리될 정도로 선거 부실∙부정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권파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도리어 "정치 공세"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당권파의 후안무치 행태는 옛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해묵은 병폐로 지적돼 왔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직전 열린 임시당대회에 제출된 당 혁신안은 "위장전입, 당비 대납, 대리투표 등 정파들의 패권주의 행태가 당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왜곡해 왔다"면서 "이런 사태를 일으킨 당내 정파는 단 한번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2년 대규모 위장전입으로 물의를 빚은 용산 지구당 사건, 2005년 인천 일부 지역 당비 대납 사건 등 숱한 논란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이 혁신안은 당권을 장악한 당내 자주파(NL)에 의해 부결됐다.

책임정치 실종은 진보당 당권파의 불투명한 정파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당보다는 정파를 중심으로 하는 결속력이 더 강한데다 내부 권력 싸움도 치열해 당 공식 기구는 정파의 이해를 관철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정파가 당내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 역할을 하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구조"라며 "군사독재 시절의 폐쇄적인 운동권의 지하 서클 문화가 불투명한 정파 문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권파가 선거 부정∙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당원의 자존심과 명예'를 거론하면서 정파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도 정파주의 폐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불투명한 정파 문화가 자주파 일부의 종북(從北)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주사파)가 학생 운동권을 휩쓸었는데 당시 주사파 세력 중 일부가 여전히 북한을 추종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적지 않았다. 2008년 자주파가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을 거부해 불거진 종북 논란이 민주노동당 분당의 계기가 됐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진보 세력은 악습을 버리고 '절차의 민주성'과 '이념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도 이날 "(진보당 당권파 등 일부 진보세력은) 비밀주의와 폐쇄주의 등 모든 비민주적인 관행을 일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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