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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카지노 '사전심사제'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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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카지노 '사전심사제' 허점

입력
2012.05.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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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지으려는 외국인 투자에 '사전심사제'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외국인 투자가 지지부진해 좌초 우려마저 낳는 경제자유구역을 살리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속타는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카지노 업계의 실상과 국내 투자환경을 감안하면, 왜 이렇게 서둘러 외국 자본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안기려고 안달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지만 언제 내국인에게 영업범위가 넓어질지 모른다는 따위의 우려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내국인 카지노는 한국인의 도박성향이나 강원랜드의 부단한 잡음으로 보아 정권의 명운을 걸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시도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 정책이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부르고, 론스타나 맥쿼리인프라의 예처럼 국민 눈길이 곱지 않을뿐더러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을 덧붙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오히려 크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본방침이 선 '사전심사제'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설립 허가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다.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 제20조 4항은 '3억 달러 이상의 투자와 2년 내 2억 달러 이상의 투자 약속'을 기본적 허가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투자자에게는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3억 달러 이상의 '선(先) 투자' 요건을 지우고, '투자계획서' 심사로 대체할 방침이다. 시행령을 손질하면 그만이어서 국회 심의 같은 절차적 걸림돌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카지노 산업의 특성에 비추어 3억 달러의 기초투자는 대단한 위험부담이 아니다. 투자에서 위험과 수익은 비례하고, 카지노 산업의 투자 대비 수익률은 비교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파라다이스와 국내 외국인 카지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산하 GKL의 실적만으로도 간단히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00억 원을 투자한 관광공사는 GKL 영업 첫해인 2007년 200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268억 원을 배당금으로 회수했다. 중간에 49%의 주식 공개로 매각차익 4,060억 원을 확보하고도 보유 지분이 어제 종가 기준으로 7,4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알짜 사업에 굳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려 애쓸 이유가 없다. 연 10%의 수익 기대만으로도 몰려들 대기자금이 국내에도 넘친다. 외국 돈을 끌어들이면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도 낡았다. 최근 지하철 9호선 요금 논란으로 맥쿼리인프라의 실체가 분명해졌다. 맥쿼리인프라는 9호선 운영업체의 2대 주주에 지나지 않고, 맥쿼리인프라 자체도 호주 맥쿼리 본사가 아니라 국내자본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전심사제'는 이런 우회 투자를 막을 수 없어 외국자본이라도 '특혜 시비'를 부르게 마련이다. 론스타의 '먹튀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처음 외환은행 인수 당시 제기된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은 아직도 꼬리를 끌고 있다. 정권 말기라는 특수한 시점은 그런 의혹을 더욱 부추기기 쉽다. 정말 '특혜 시비'를 피하겠다면 차라리 기득권을 인정해 파라다이스와 GKL을 끌어들이는 게 낫다. 제주지역의 군소 카지노업체를 묶은 '제3 세력'도 고려할 만하다.

운영 노하우 면에서 세계적 카지노 업체의 투자를 받는 게 낫다는 발상도 현실과 동떨어진다. 마리노베이 샌즈와 싱가포르 카지노 산업을 양분한 센토사의 겐팅은 말레이시아 겐팅하일랜드에 복합리조트를 열며 파라다이스의 지도를 받았다. 운영 노하우나 딜러 자질 등에서 국내 카지노 업체는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이들이 샌즈나 시저스, 베네치안, 윈, 크라운 등 세계적 카지노 업체와 제휴한다면 몰라도 국내업체라고 배제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권력 주변의 비리 의혹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별 실익도 없고 무늬만이기 십상인 외국 자본에 매달려 그런 의혹을 키워서야 되겠는가.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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