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 종이 옷걸이를 만들게 해 자활을 지원할 거에요. 일자리뿐 아니라 인문학 교육, 심리 상담, 주거지 마련 프로그램도 제공해 노숙인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도울 겁니다."
노숙인 자활 사업 '두손'을 시작하는 성균관대 대학생들의 포부다. '두손'은 영어 단어 'Do'와 '손'을 합친 말로 '노숙인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한다'라는 뜻. 대학 내 사회공헌 사업 동아리인 SIFE 소속인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사업을 준비해 왔고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사업장을 마련했다. 이달 중순 사업자 등록도 한다.
이들이 사업을 구상한 계기는 "근로 의지를 가진 노숙인도 폐지나 고철 수거, 건설 현장 일용직 등 일시적인 일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노숙인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수개월간 직접 서울역과 노숙인 쉼터 등을 돌아다녔다. 글로벌경영학과 09학번인 김경웅(23)씨는 "처음엔 '대학생들이 왜 노숙인에게 관심을 갖냐'며 경계하던 노숙인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자 '일할 기회만 있다면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며 "노숙인은 게으르다는 사회적 편견과 달리 자립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쉼터에서 만난 전직 디자이너인 40대 노숙인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취업 의사를 밝혀 고용이 확정됐다.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거리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이들은 사업 아이템을 친환경적 종이 옷걸이로 정했다.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철 옷걸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옷걸이를 생산하기로 한 것. "환경 문제 해결에 노숙인을 동참시키면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노숙인에게 돈 관리 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한 사업 영역이다. 월급 85만원 중 30%는 자동으로 저축되도록 하고 저축금이 모이면 주거지 마련에 쓰도록 할 계획. 전문 기관들과 연계해 인문학 교육, 심리 상담 등도 마련한다. 경제학과 08학번인 장찬영(24)씨는 "노숙인들의 사회 적응을 종합적으로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 비용은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려 마련했다. 지난달 열매나눔재단의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3,000만원을 받았고, 사업장 임대료 등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꿈을 실현하는 비용을 제공하는 KT&G의 '상상 드림 프로젝트'에 지원해 이달 하순의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판로 확보는 만만치 않은 걱정거리다. 종이 옷걸이는 개당 100원 정도로 70~80원인 철 옷걸이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에 연연하기보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해줄 세탁소를 찾아 학교 주변 등 젊은 층 주거 지역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노숙인 쉼터 관계자들이 해주신 충고는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노숙인들은 사회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피폐해져 있는 상태라 자활 기회가 와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요. 안정화되기까지 3~5년 정도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있어요."
경제학과 05학번인 이광수(26)씨는 "노숙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체로 재구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노숙인 자활 사업이 거의 없는 국내에서 두손이 성공적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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