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대법원은 2009년 6, 7월 두 차례의 전교조 시국선언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달 30일에는 미 쇠고기 수입반대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간부 징계는 정당하다는 부산고법의 판결이 있었다. 그간 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범위 및 허용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됐다.
필자도 포퓰리즘 교육정책과 교단붕괴를 막기 위해 학교 안 정치이념수업 배제를 전제로 교원 및 교원단체의 교육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기본적 참정권 허용 추진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여부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선 대법원과 부산고법 판결의 의미와 교원의 정치활동과 정책참여의 한계를 보다 명확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을 통해 "시국선언문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으나 교육정책과 무관한 국토개발사업 등을 편향적인 입장에서 일방ㆍ부정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어서 불법 집단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시국선언과 서명운동은 학교를 정치 공론 장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영향을 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교원 및 교원단체가 교육이 아닌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집단적, 포괄적 정치행위를 하면 위법하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 5월 12일 교원노조의 시국선언에 대해 대법원이 '시국선언문의 배부 및 게시와 관련한 일련의 행위들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서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교원의 정치 이념적 사안에 대해 의사표현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표현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둘째, 다만 교육전문가인 교원이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및 찬반의견과 대안 제시 등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교원은 교육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교원의 전문성 및 복지 향상을 위한 의견제시, 정부 및 교육행정당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촉구하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교육수임자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 제시 등은 교육발전 도모라는 긍정성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교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제한할 경우, 교원이 발전적 교육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보다 수동적 전달자로의 역할에만 머무는 부작용 초래를 대법원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1966년 파리에서 개최된 교원의 지위에 관한 정부 간 특별회의에서 '교원단체는 교육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로 인정돼야 하며, 교원단체는 교육정책과정에 관여해야 한다'고 밝힌 내용과 공직선거법상 교원단체가 선거과정에서 모든 정당 및 후보에 대해 공정하게 교육공약을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및 교실내의 정치이념수업은 결코 이루어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교사에게 영향받기 쉬운 학생에게 교원이 자신의 정치이념이나 사상, 철학을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할 경우 학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치이념수업은 학교현장에서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기본적 참정권임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정치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인식의 원인에는 그간 일부에 의한 학교 내 정치이념 수업의 행위가 있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육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주목해 합리적이고 법의 테두리안에서 교육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이념수업의 그림자를 학교 안에서 완전히 거둬낼 때 교원의 참정권적 기본권과 건전한 정치참여에 대한 국민적 동의는 당연히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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