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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수비의 달인서 공격 탁구로, 김경아의 오뚝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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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수비의 달인서 공격 탁구로, 김경아의 오뚝이 인생

입력
2012.05.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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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수비 색깔에 공격을 덧칠하자 신(新)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수비형 탁구스타 김경아(35ㆍ대한항공)의 이야기다. "탁구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다소 비판적인 평가는 "공격도 잘 하네"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김경아는 지난 2년간의 시행착오로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 탁구도 김경아의 변신에 "당황스럽다"며 경계하고 있다. 과감한 도전으로 경쟁력을 높인 김경아가 오는 7월 런던 올림픽에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도기 거친 '공격탁구'

한국 여자탁구의 1인자인 김경아는 지난 2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탁구가 잘 풀리지 않자 은퇴 시기에 대한 후회도 했다. 김경아는 "원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은퇴하려고 했다. 대한탁구협회에서 잡는 바람에 은퇴를 하지 못했는데 탁구가 잘 되지 않자 '진작에 그만뒀어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김경아에게는 이유 있는 슬럼프였다. 공격적으로 변모하기 위한 과도기를 거친 것. 그는 "스타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이제 진짜 안 되겠구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2년간 죽어라 공격만 연습했는데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생각한 그림이 있는데 조금씩 잡히고 있다. 이제 색칠만 잘 칠한다면 그림이 완성될 것"이라고 부푼 희망에 대해 노래했다. 김경아는 지난달 열린 스페인과 칠레 오픈에서 단식 정상에 오르며 진화하는 수비탁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젊은 수비형 탁구에 자극, 2년간 한 우물

"왜 탁구 스타일이 바뀌었나. 심경의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올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김경아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김경아의 변신은 자극에서 비롯됐다. "(박)미영이와 (서)효원이만 봐도 같은 수비형이라도 저랑은 전혀 다른 탁구 스타일이다. 정말 제가 생각할 때도 답답할 정도로 수비만 고집했던 것 같다. 이전부터 세계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올림픽을 위해 실행에 옮기게 됐다."

말은 쉽지만 20년간 쳤던 탁구 스타일을 바꾸는 건 매우 어려운 일. 그는 "체력과 순발력, 동선 등을 모두 바꿔야 했다. 2년간 매일 공격만 연습했다. 오픈 대회에도 공격 훈련을 위해 파트너를 데리고 다녔다"며 "2011년 중국 슈퍼리그에서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응용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세계랭킹 10위 김경아는 딩닝(1위), 류스원(2위), 궈얀(3위), 궈예(5위) 등 중국의 톱랭커들을 모두 물리치며 세계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경아는 전진 속공형 선수처럼 상대의 서브를 바로 스매싱으로 연결하는 등 팔색조 같은 플레이로 중국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한탁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애초에는 김경아를 메달권 밖 선수로 분류했다. 하지만 스타일이 달라진데다 더욱 위력적으로 변해 분석을 다시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중국 탁구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상대는 예전부터 한국이었다. 김경아의 변신으로 인해 한국은 이번에도 '만리장성'을 위협할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만수(萬數)'로 금메달 겨냥

김경아는 "탁구가 무서워졌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왜 그렇게 좋아졌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일반인의 인식이 바꿨다는데 의미를 뒀다. 그는 "그 동안 탁구 동호인들이 제 탁구를 보고 '공격을 못해서 안 하냐'며 빈정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 북 등을 통해 공격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다"며 기뻐했다.

김경아는 '컴퓨터',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강희찬 여자대표팀 감독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도 껄끄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일명 '만수'로 불리는 김경아는 목표를 단식 금메달로 새로 정했다. 그는 "주위에서도 최근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톱시드(세계랭킹 7위 이내)를 받는다면 단식도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며 "다행히 올림픽에서 단체전에 앞서 단식이 열리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경아의 단식 메달 가능성 여부는 오는 16~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코리아 오픈을 통해서 점쳐 볼 수 있다. 그는 "세계 20위내 선수 중 17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올 시즌은 중국 선수들과 한 번도 붙어본 적이 없는데 새로운 스타일이 통할 수 있을지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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